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선박과 해운사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 조선·해운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해운사가 중국 선박 발주를 취소하거나 최소화면서 대안으로 한국 조선업계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입항 수수료에 따른 해운 운임 상승과 수수료 회피를 위한 선복 교환 등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중국 선박 용선계약 변경에 착수할 전망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이번 입항 수수료는 180일 뒤인 오는 10월 14일부터 부과된다. 우선 벌크선 기준 톤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매기고 점진적으로 인상해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를 부과할 방침이다. 컨테이너선도 컨테이너당 120달러로 시작해 늘려나갈 예정이다. 미국에 입항하는 선박 20%가량이 이번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대중 견제 정책의 일환인 이번 입항 수수료 부과로 한국 조선·해운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입항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해운사들이 그동안 중국 조선소에 넣어 왔던 신규 선박 발주를 한국 등 다른 곳으로 돌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해운사인 COSCO의 대미 물동량도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기준 4645만CGT(1711척)를 수주하며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71%를 차지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LNG선 위주로 수주하며 17% 수준인 1098만CGT(250척)를 수주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입항 수수료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올 1분기 중국 조선사의 벌크선 수주량은 전년동기(143건)보다 90.9% 줄어든 13건으로 급감했다.
조선 업계에선 그동안 한국이 강점을 가진 LNG선뿐만 아니라 벌크선 수주량도 급증하며 시장 점유율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그리스 억만장자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가 이끄는 캐피털마리타임은 당초 중국 조선사에 발주하려 했던 2조3000억원 규모 신규 선박을 HD현대에 발주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마리타임은 HD현대삼호 및 HD현대미포와 20척 규모의 수주 계약을 논의 중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HD현대삼호는 8800TEU 규모 컨테이너선 6척, HD현대미포는 2800TEU 8척과 1800TEU 6척을 건조하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국산 선박 재배치와 해운동맹 내 선박 교환 등으로 입항 수수료에 대응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글로벌 5위권 내 해운사들은 중국 선박 비중이 큰 만큼 대응이 원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1위 해운사인 MSC의 중국 선박 비중은 24%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20%, CMA CGM은 41%, 하팍로이드는 21%가 중국 선박이다.
반면 HMM, 팬오션,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는 중국 선박 비중이 낮아 타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현재 컨테이너선 82척을 보유 중인데 이 중 중국 선박은 5척에 불과하다. 2척은 용선계약이 만료되어 반환 예정이며 나머지 3척은 1700TEU 수준 소형 선박이라 미주 노선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SM그룹이 한진해운 미주 노선을 인수해 설립한 SM상선은 현재 12척 중 1척만 중국 선박이다. 이마저도 용선 계약이라 계약 기간이 끝나면 선박을 즉시 교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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