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적금을 통한 저원가성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은행들이 한시적인 고금리 파킹통장 판매에 나섰다. 4% 고금리로 자금을 유인하는 한편 개설 가능한 계좌 수는 제한해 이자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투자 변동성이 커진 만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의 파킹통장 수요를 공략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KB국민은행이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함께 기획한 파킹통장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출시하자 많은 고객이 몰렸다. 한때 가입 절차에서 접속 지연이 이뤄지거나 통장 개설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은 양사가 전략적 협업을 통해 만든 파킹통장이다. 최대 금리 연 4.0%로 파킹통장 특성상 돈을 하루만 넣어놔도 이자를 제공한다. 파킹통장이란 필요할 때 언제든 돈을 입출금할 수 있고, 짧은 납입 기간에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최근 다른 은행도 파킹통장 특판 경쟁에 돌입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하나·우리은행이 각각 △당근머니 하나통장 △우월한 월급 통장을 출시한 데 이어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신한 이로운 연금 통장’을 선보였다. 해당 통장은 모두 한도를 정하고 출시한 특판 상품이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10만~57만좌까지 개설 가능한 계좌 수를 제한했다.
이처럼 은행이 줄줄이 파킹통장을 특판으로 내놓는 건 저원가성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내려가며 자연스레 예·적금 금리도 낮아졌다. 이에 3%대 금리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예·적금에서 자금을 대거 빼가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5조5507억원 급감했다. 2월 말 938조4억원이었던 잔액은 한 달 만에 922조4497억원으로 줄었다. 은행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예·적금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사실상 올해 시장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더 이상 예·적금으로 저원가성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중 이날 기준 3%대 금리를 제공하는 건 NH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유일하다.
여기에 최근 미·중 관세전쟁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늘어난 점도 파킹통장에 대한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단기간 이자를 받으면서도 자금을 오래 묶어 두지 않아도 되는 파킹통장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킹통장 특판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금 확보 목적이 가장 크다”며 “고금리여도 통장 한도를 설정해 이자 지출에 따른 비용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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