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까지 더해지며 전쟁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이때 일평생 몸을 바쳐 세계에 평화와 화합의 씨앗을 뿌려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곁을 떠났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 교황으로 평가받으며 사회적 약자와 희생자들에게 끊임없이 손을 내민 교황은 지구촌 분쟁 지역을 찾아 '평화 전도사' 역할을 온몸으로 수행했다. 교황 취임 직후 2014년에는 반세기 넘게 적대 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 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았다.
젊었을 적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그였지만 2019년에는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도 방문하는 등 평화를 위해서라면 종교도 가리지 않았다. 특히 2021년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찾아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을 위로했고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얀마, 북마케도니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바레인, 남수단 등을 방문하는 등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볐다.
이 같은 '평화 전도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전 세계 많은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전쟁과 야만의 시대에 그는 타인, 특히 가장 연약한 이들을 향한 배려가 있었다"고 말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차기 독일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그는 겸손과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으로 인도받았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나는 그를 어제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하지만 나는 항상 그를 기억할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그가 전한 설교 때문이다. 정말 아름다웠다"고 소회를 남겼다. 가자전쟁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를 하기도 했던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그는 깊은 신앙과 한없는 자비심을 지닌 분으로서 가난한 이들을 돕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평화를 촉구하는 데 생애를 바쳤다"며 "중동의 평화와 (가자지구 내)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그의 기도가 조속히 응답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품위 있으면서도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한 예식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장례식도 소탈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 장례식은 일반적으로 선종 후 4~6일 후에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또한 교황 선종 후 15~20일 정도 후에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이 비공개 회의인 '콘클라베'를 열고 차기 교황 선출 작업에 착수한다. 교황 선출 작업은 추기경들의 비밀투표를 통해 진행되는데 교황 선출 요건인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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