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균 중국권역본부장(부사장) 겸 베이징현대 총경리가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현지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전방위적인 공세 속에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반대로 중국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적으로 현지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뚜렷한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고,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신형 전기차 출시로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서 경쟁을 펼쳐 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3일 현대차와 기아가 공시한 1분기 판매 실적을 보면 양사는 1분기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총 10만745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3% 늘어난 수치다. 다만 이 중 상당수는 수출이며 중국 내 판매는 오히려 줄었다. 현대차의 1분기 중국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4만7166대에서 올해 2만9221대로 줄었고, 기아는 1분기 전체 판매량이 6500여 대 늘었지만 증가분 대부분은 수출 물량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 몇 년간 중국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2020년 44만대, 2021년 35만대에서 2023년 24만2000대, 2024년 12만5127대로 줄었다. 기아는 2020년 22만3566대에서 2024년 7만9446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점유율도 현대차가 2.3%에서 0.6%로, 기아는 1.1%에서 0.3%로 감소했다.
최근 중국 국산 브랜드의 약진 속에 대부분 수입차들은 중국 내 판매량이 감소했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의 입지는 더욱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 판매가 줄자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공장을 수출 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주로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으로 수출되는 물량 생산을 꾸준히 늘렸다. 올해 1분기 중국 공장 출하량이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미 기아는 수출 물량이 중국 판매 물량보다 2배 이상 많고, 현대차 역시 수출 비중을 빠르게 높이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기아는 지난 9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8만대로 언급한 대신 수출 물량을 전년 대비 7% 증가한 18만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자동차]
다만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을 여전히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점유율 반등에 나선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연내 중국에 첫 전기차인 '일렉시오'를 출시한다. 일렉시오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현대차가 중국에서 재도약하기 위해 내놓는 첫 신차다. 이에 더해 베이징현대는 지난 22일 열린 전기차 '일렉시오' 프리뷰 행사에서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를 향후 4년간 매년 2~3종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이 16년 연속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미래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시장인 만큼 향후 관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평가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자동차(BAIC)와 함께 베이징현대에 10억9600만 달러(약 1조5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와 함께 베이징현대의 합작법인을 세운 현지 자동차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