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시공사였던 한신공영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공사현장의 전반적 안전관리 의무가 시공사에도 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신공영에 벌금 700만원, 하도급업체 A사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두 회사의 현장소장들에겐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6월 부산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엘리베이터 승강로를 청소하던 근로자 2명이 안전대 없이 작업 중 추락해 13m 아래 지하 2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현장에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거나 피해자들이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시공사인 한신공영과 하청업체 A사, 양사의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근로자들이 사망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지적하며 회사에 벌금형을, 소장들에게는 각각 징역 1년 2개월 및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투입됐지만, 시공사 책임 인정 못 막아
이번 사건은 전직 대법원장이 변호사로 뛰어들어 처음 선임계를 제출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23년 1월 '사법농단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같은 해 5월 변호사 등록을 마친구 상고심에서 한신공영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냈다.
불과 8년 전까지 대법원장을 역임하던 변호사가 새로 투입됐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시공사의 형사책임을 직접적으로 인정했다.
대법은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안법 위반죄의 성립, 전문심리위원의 형사소송절차 참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종결한 변론의 재개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므로 원심이 피고인들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을 선고했다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메시지: “안전은 하청에 떠넘길 수 없다”
과거엔 하청 근로자 안전사고에 대해 시공사의 책임이 제한적으로 인정됐지만, 최근 법원은 공사 현장의 전반적 안전관리 의무를 원청(시공사)에도 적극 부과하는 판례를 지속해 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면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 및 양벌규정,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조치 의무가 강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원청사(시공사)는 하청 소속 근로자라 하더라도 현장 전체에 대한 종합적 관리책임을 지게 되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한신공영 사건과 유사하게, 최근 대법원은 원청의 실질적 지휘 여부와 관계없이 현장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판결은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안전을 단순히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미룰 수 없으며, 원청이 구조적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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