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눈치보는 바티칸" 대만 총통, 교황 장례식 참석할까

  • 대만의 유럽내 유일한 수교국 바티칸

  • 라이 총통의 장례식 참석 요청에 '난색'

  • 바티칸-中 관계 개선 움직임 영향 미칠까

  • 차기 교황 누구냐에 따라 관계 불확실성

대만 타이베이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대만 타이베이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오는 26일(현지시각) 거행되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추진 중이다. 대만의 수교국이지만, 동시에 중국 본토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던 바티칸은 난처해진 모습이다 

23일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전날 바티칸 측에 라이 총통의 교황 장례식 참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즈중 외교부 차관은 "바티칸은 대만의 수교국으로서 라이 총통이 대만을 대표해 직접 참석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바티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 측에서는 대만의 요청에 아직 화답이 없는 상태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라이 총통이 만약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다면 세계 각국 정상과 교류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내세우는 중국의 압박 속 대만 총통이 다른 현직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대만과 수교를 맺은 12개 국가 중 하나로, 유럽내 유일한 대만의 수교국이다. 대만 총통의 교황 장례식 참석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4월 천수이볜 전 총통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당시 직접 바티칸으로 날아가 장례식에 참석했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식에는 마잉주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중국 본토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던 바티칸으로선 라이 총통의 장례식 참석 요청을 수락한다면 중국의 불만을 살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교황의 선종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중국은 바티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황 장례식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은 지난 1951년 바티칸이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것을 이유로 공식 외교관계를 파기한 이후 1980년대부터 '자선자성(自選自聖)의 원칙'에 따라 교황청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하며 바티칸과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래 중국과 바티칸 간 관계 회복의 물꼬를 텄고, 2018년에는 중국 주교 임명에 바티칸도 발언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2020년, 2022년 두 차례 갱신됐으며, 2024년에는 유효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 대만은 중국이 바티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자 양측간 수교 가능성에 바짝 긴장해왔다.  

일각에선 향후 중국과 바티칸과의 관계 개선 여부는 차기 교황이 누가 될 지에 달려있는 만큼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중국담당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만약 교황이 더 보수적이고 정통적인 교황이라면,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국에 대한 관여, 접근, 그리고 주교 임명권 등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일부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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