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100일] 트럼프, '80년 초강대국' 미국을 뒤흔들다

  • 트럼프, 취임 후 100일간 '역대 최대' 140개 행정명령 서명

  • 각종 문제도 잇따라

  • '셀 아메리카' 등 경제 분야 타격 커

  • 루스벨트 대통령 후 80년 만에 미국 주도 세계 질서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혼돈, 혼란, 전례 없는, 파괴적인, 빠른, 광범위한, 일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에 대한 외신들의 주된 평가이다. 관세부터 연방정부 구조조정, 이민자 추방, 다양성 프로그램 감축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드라이브가 숨가쁘고 무질서하게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째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 약 140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전격전'을 펼친 가운데 1933년 경제 대공황 당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99개 행정명령)을 뛰어넘어 미국 역사상 첫 100일간 가장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대통령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 많은 정책을 충분한 상의 없이 강행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 구조조정, 이민자 추방 등의 정책은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고, 미국 주요 대학들은 손을 잡고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타격이 가장 컸던 것은 경제 분야이다. 관세 정책의 시행과 유예가 번복되면서 경기 우려와 함께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이는 경제 활동 전반에 압박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주식과 미국채 및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사상 초유의 '셀 아메리카' 흐름이 나타났고, 여론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관세가 안정적이면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지만, 바로 다음 날 바뀔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관세는 수요를 짓누르는 효과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역사상 최대의 무역 쇼크"라고 혹평했다.

대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종전을 장담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 하고, 중동 전쟁 역시 언제라도 재발할 조짐이다. 또한 공격적 관세 정책과 방위비 인상 압박 속에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전통적인 우방들도 미국에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고, 트럼프 1기 당시 혹독한 경험을 했던 중국은 '미국의 약점' 희토류 등을 앞세워 만반의 대응 준비를 마쳤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0일 동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국정을 추진했건만 오히려 부작용이 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쌍둥이(무역·재정) 적자 해결과 제조업 육성 및 국가 안보 강화 등을 위한 과도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올려놓은 지 정확히 80년 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루스벨트 대통령과 자신이 서로 닮았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다자주의를 옹호하고 의회와 협력을 통해 법안 중심의 정책을 펼친 루스벨트 대통령과 미국 우선주의 및 행정명령 중심의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같은 지도자의 차이가 미국 전체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지금 세계는 80년 전과는 차이가 있고,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국가 안보 등도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를 적대시하고, 협력보다 힘을 통한 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 가치인 신뢰와 협력을 훼손하는 만큼 미국 및 전체 세계의 질서에도 위기를 가져 오고 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은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밖에는 없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두려움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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