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서울남부지검은 오전부터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윤 전 대통령 부부 의혹과 관련된 각종 자료 확보에 나섰다. 압수수색은 약 6시간 40분가량 진행됐고 오후 3시 40분께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부는 취재진 공지를 통해 "전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처음이다. 파면 이전에도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비협조로 일관하며 실패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머물고 있는 아크로비스타 사저는 경호 구역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한남동 관저처럼 형사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가 아니어서, 검찰은 별다른 문제 없이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은 남부지검 신응석 검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불리는 신 검사장은 과거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도 있다.
검찰은 최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씨에게 김건희 여사 선물 명목으로 건넸다는 선물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김 여사 선물이라며 6000여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명품가방, 인삼 등을 전씨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는데 이날 압수수색 역시 이와 관련된 증거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문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선물들이 실제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 사저에서 전씨와 관련된 자료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전씨 조사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을 위한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받기 위해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와 함께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김 여사의 수행비서 2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관저에 있던 일부 이삿짐이 사저 상가 1층에 있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도 옮겨졌기 때문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가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되진 않았고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사저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크로비스타 주변으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즉각 중단하라', '검찰은 귀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취재진을 향해서도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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