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는 사람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남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세 차례 ‘문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타카바타케 마사유키의 문방구 철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그가 펴낸 책 『문방구어 사전』은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문방구 관련 용어들을 쉽고도 자세하게 풀어낸 특별한 사전이다. 그에게 문방구는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기억, 감성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세 차례 ‘문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타카바타케 마사유키의 문방구 철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그가 펴낸 책 『문방구어 사전』은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문방구 관련 용어들을 쉽고도 자세하게 풀어낸 특별한 사전이다. 그에게 문방구는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기억, 감성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사진= 김호이 기자]
“문구왕이 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문방구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남들이 스포츠나 음악에 빠지던 시절에도 여전히 펜과 노트에 마음을 빼앗겼다. “학생이라면 문방구에 관심을 갖지 않나요? 저는 나이가 들어서도 그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문구왕에 세 차례 선정되며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발표의 기회가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식도 쌓였다. “문구왕이 되면 상금으로 50만 엔 정도를 받습니다. 저는 그 돈으로 『문방구어 사전』을 출간했어요.” 또한, 대회 2등 수상자였던 문구업체 대표의 소개로 일본 유명 문구기업 ‘산스타’에 입사, 무려 10년 동안 문구 산업의 최전선에서 경험을 쌓았다.
문방구와의 첫 기억
그에게 문방구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감정의 시작점이었다. “어릴 때 노트를 꾸며서 선생님께 보여드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 칭찬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도 노트를 가지고 노는 걸 즐겼죠.”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을 작은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진로를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읽는 사람
그는 문구를 볼 때마다 ‘왜 만들었을까’,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고민한다. “가끔 제품 개발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제가 생각한 이유와 일치할 때가 있어요. 문구를 바라보는 제 시선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그는 이러한 시선으로 문구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단순한 소비를 넘어 ‘공감’과 ‘이해’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추천하는 일본의 문구 명소들
문구 애호가라면 꼭 방문해야 할 일본의 명소들도 직접 소개한다. “긴자의 이토야, 도쿄역 인근 마루젠, 도쿄 핸즈, 그리고 세카이도요.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고,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문구가 사랑받는 이유는 기록의 힘
“우리는 왜 문구에 애정을 느낄까요?” 그에게 이 질문은 간단하다. “자신이 죽더라도 써놓은 건 남습니다. 기록으로 남긴다는 건 큰 의미죠.”
디지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에 남기는 행위가 특별한 이유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가장 아날로그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일본 문방구 문화의 지속성에 대하여
전 세계적으로 문방구가 문을 닫는 와중에도 일본은 여전히 문구문화가 활발하다. 그 이유는 역사와 환경에 있다.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가 일본에 유럽보다 먼저 전해졌고, 종이를 만드는 식물들이 잘 자라는 기후도 한몫했죠. 서민들도 쉽게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방구 문화가 뿌리내렸습니다.”
또한 얇은 글씨를 쓰는 한자문화는 얇은 펜의 기술 발전으로 이어졌고, 이는 일본 문구산업의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시대, 문방구가 살아남기 위한 조건
그는 단언한다. “단순히 기록하는 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합니다. 문방구는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느껴야 하고, 창의적인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 그 자체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쓰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일상 속 ‘놀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문방구 업계에 전하는 조언
문방구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그저 물건만 팔면 안 됩니다.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해요. 주변 사람들이 미리 써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는 단지 잘 팔리는 제품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기쁨을 줄 수 있는 문구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 믿는다.
문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그는 전 세계 문구인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요즘은 싸고 좋은 문구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그냥 사기만 하지 말고, 그 문구가 왜 좋은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생각해보세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세계 곳곳의 문구 애호가들과 소통하며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면 더 행복해질 거예요.”
문구는 단순한 소비품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담고, 삶을 기록하며,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특별한 도구다. 그리고 오늘 만난 이 문구왕의 이야기는,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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