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정말로 대선 개입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 사건의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의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로 바뀌었고 3심인 대법원에서는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이후 민주당의 대법원에 대한 공격은 매우 거칠어지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부정하거나 법원에 압박을 가해서 판결을 뒤집으려 하는 것은 법치의 파괴가 된다. 그래서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었던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도 이를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법원의 이재명 판결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이를 승복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의 상고심 재판이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대선 이전에 파기환송심을 비롯한 이재명 대표 재판의 중단, 나아가 당선 이후의 재판 중단을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 5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난 5월 1일의 대법원 판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재판 결과가 계속 뒤집힌 것도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것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었고, 따라서 대선 전에 결정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었고, 판례에서도 확인되었듯이 공직선거의 핵심은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자를 올바르게 선출하는 것이다. 모든 선거에서 관권선거, 금권선거, 가짜뉴스 등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것은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허위사실공표가 금지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최종 확인은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건도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루는 사건이 선거에 대한 개입이라는 것도 난센스이며, 이렇게 보면 공직선거법에 의한 선거의 공정성 확보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 다른 재판에 대해 우선하여 신속하게 하도록 강행규정을 두고, 1·2·3심 재판기간을 이른바 6-3-3 원칙에 따르도록 한 규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신속한 재판이 아니라 재판의 중지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5월 1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사실상의 유죄 확정 판결이다. 다만, 파기환송심에서 양형을 하는 것만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민주당에 후보자 공천을 변경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신속한 재판을 한 것이 대선 개입이라면 헌법상 요구되는 신속한 재판이 아니라 지연된 재판을 했어야 한다는 것인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점이 널리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유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으로 확정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그에 대한 상고심 판결까지 나와야 한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오는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소추 이외에 재판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법원에 각급 법원의 이재명 후보 관련 재판들을 정지시키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과거 신영철 전 대법관 사건에서 나타나듯이 법원장이나 대법원이라 하더라도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여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깨뜨리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만약에 대법원이 달리 재판했을 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0대2라는 대법관들의 압도적인 다수에 의해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을 보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을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고 파기환송 대신에 파기자판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대법원은 조금 더 일반적이고 반발이 적은 방식으로 파기환송을 선택했을 것이지만, 파기자판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반발이 있었을까? 아마도 윤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을까?
오히려 파기환송을 통해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된 민주당은 대법원에 대한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법원의 5월 1일 판결을 사법 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 대법원장 탄핵, 대법관의 대폭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이 사법 쿠데타라면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정이야말로 사법 쿠데타가 아니었나?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구국의 결단이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유죄 판결은 쿠데타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국제적인 신인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까지 물러나고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외국에서 더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까지 탄핵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기능 마비에 빠뜨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재판 정지,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 등의 주장은 이 시점에서 어떤 의도로 나온 것인지 너무 뻔하다. 그렇게 해도 국민들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여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정말로 그렇다면 국민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치를 깨뜨리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자기부정이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적 기초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와의 조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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