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하지 말라는데···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반기'

  • 900억원 규모…비조치의견서 불승인에도 "절차 개시"

  • 금감원 "일방적 콜옵션 유감…재무건전성 회복이 우선"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롯데손해보험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발행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8일 개시했다. 금융감독원이 전날 비조치의견서를 불승인하며 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었지만 강행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유감을 표명하고 롯데손보 재무건전성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롯데손보는 2020년 5월 발행한 후순위채 ‘롯데손해보험 8(후)’ 콜옵션을 이날 행사하고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 롯데손보는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쳐 수일 내에 상환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문제는 롯데손보의 핵심 건전성 지표가 후순위채 조기 상환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험업법 등에 따르면 보험사가 후순위채를 조기에 상환하려면 상환 이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50%를 넘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1분기 말 기준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이 150%에 현저히 미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롯데손보는 콜옵션 행사를 허락해 달라며 금감원에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상환은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보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비조치의견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후순위채는 회사 파산 시 변제 우선순위가 일반 채권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조기 상환이 가능한 콜옵션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실한 기업이 후순위채를 무분별하게 조기 상환하면 재무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험계약자를 비롯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금감원이 롯데손보 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롯데손보가 ‘반기’를 들자 금감원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이 비조치의견서 불승인을 통해 사실상 불허 입장을 밝혔음에도 금융사가 관련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 측은 롯데손보의 일방적인 콜옵션 행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단기적 주주이익보다는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손보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단기적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롯데손보가 계약자 보호에 필요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해 법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롯데손보 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하면 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고유계정이므로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은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처음 듣는 논리”라며 “금융업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이번 콜옵션 행사를 계기로 롯데손보 재무건전성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수석부원장은 “업권별로 지켜야 할 재무건전성 요건과 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조치가 법령에 기술돼 있다”며 “1분기 결산 시에 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바로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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