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이번 주 중 검찰에 출석하라고 정식으로 통보했다. 지난해 대통령 부속 공간에서 진행된 방문 조사 논란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검찰청 출석 요구로, 김씨의 대면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김씨 측에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요구하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요구된 출석일은 이번주 중 하루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2월 창원지검에서 명씨 관련 사건 일부를 넘겨받은 이후 김씨 측에 여러 차례 구두로 대면 조사를 요청했지만, 일정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수사가 더는 지연될 수 없다고 보고 정식 절차에 따라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미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에서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씨의 진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소환에 응한다면, 검찰청사를 직접 방문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씨를 조사했지만, 경호상의 이유 등을 들어 방문 조사 형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조사 형식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며 ‘황제 조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 전 대통령이 헌재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면서 김씨가 더 이상 공적 지위를 갖지 않는 만큼, 이번에는 검찰청 출석 요구가 형사 절차상 원칙에 따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법조계에선 “경호를 이유로 한 예외적 조사 방식은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은 김씨가 이번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재차 출석을 통보한 뒤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에는 체포영장 청구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에 공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 지방선거 당시 포항시장 후보 공천 관여 의혹, 이후 총선을 앞두고 김상민 전 검사 출마 지원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관련 진술과 물증을 바탕으로 김씨에 대한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간 연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의 공조를 통해, 김씨 관련 압수물 일부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를 압수수색해 김씨의 휴대전화, 메모장 등 증거 자료를 확보했고, 중앙지검은 이 가운데 일부를 이첩받아 분석 중이다. 수사팀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김씨에 대한 조사가 하루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조사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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