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신평·한기평 압수수색…"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사전인지 여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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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용등급을 조정한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해 투자자 피해를 초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전 정보 전달 경위를 밝히기 위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본사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양 신용평가사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홈플러스 측과 주고받은 문서, 이메일,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시점’이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지난 2월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전단채) 신용등급을 각각 ‘A3’에서 ‘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 측이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공시 전인 2월 25일 1차 통보 단계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그 직후까지도 단기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자들에게 부실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는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정보를 숨긴 채 단기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신용평가사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 정보를 통보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대상인 한신평과 한기평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 금융시장에서 기업 신용도와 발행 채권의 투자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이 홈플러스 측에 사전 경고나 등급 조정 예고를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전달했는지는 향후 수사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단서로 평가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홈플러스 본사와 MBK파트너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 경영진의 주거지도 함께 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이 기업회생을 염두에 둔 채 자금조달을 지속하고, 그 부담을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전가한 구조적 ‘기획 파산’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홈플러스가 발행한 전단채와 기업어음 투자자 상당수가 원리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는 ‘중견 유통업체의 신용도 급락’이 불러온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신용평가사 실무진 및 임원, 홈플러스 및 MBK측 실무자들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신용등급 강등 시점’과 ‘단기채권 발행 시점’이 맞물리는 구조가 입증될 경우,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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