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EP는 13일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을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2.9%로 각각 예측했다. 기존 전망보다 올해 예측치를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이는 2000년대에 들어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이어 가장 낮은 성장 수준이다.
KIEP 의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치인 3.1%,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인 2.8% 보다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 낮은 것이다. 내년 전망치는 두 기관(3.0%)보다 0.1%포인트 낮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글로벌 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하거나 반대로 소폭 상회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국제공조 약화는 국내 수출기업과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 만큼 면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모하는 세계경제 질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상정책의 방향성과 구조를 확립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격변의 무역 질서, 표류하는 세계 경제' 제시…통화 변동성 확대 변수
KIEP는 이번 전망의 키워드로 '격변의 무역 질서, 표류하는 세계 경제'를 제시했다. 주요 리스크로는 △관세 및 무역 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역(逆)자산효과와 금융 불안 및 부채 위기 등을 꼽았다.세계 경제의 위축의 주된 원인은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KIEP는 미국과 중극 등 주요 국가들의 관세 인상과 보복 조치의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무역전쟁이 전면화될 경우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 원장은 "미국과 영국의 무역합의, 미중 간 잠정적인 관세 인하 합의 등 기존의 관세율 수준보다는 높지만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낮은 관세가 하반기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주요국 간의 무역합의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원만히 이뤄질 경우 통상마찰 하방 리스크가 다소 줄어들 여지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관세 정책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관세 인상 등에 따라 수입 물가가 올라 국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긴축 기조가 길어질 경우 통화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자산시장이 조정되고 부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저금리 시기 누적된 부채와 고평가된 금융자산 구조 속에서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역자산효과가 심화될 경우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를 통해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금융 부분의 취약성으로 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심리 악화와 국제자금 이탈이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다.

美 성장률 0.8% '뚝'…"환율, 점진적으로 안정화 될 것"
KIEP는 전세계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특히 파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의 성장률은 직전 전망보다 0.8%포인트 하향 조정된 1.3% 성장이 점쳐진다. 관세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세계교역이 축소돼 민간소비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견고한 성장에 기여한 소비와 투자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유럽연합(EU)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무역·투자 위축,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 상황 등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0.8% 성장이 점쳐진다.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독일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직전 전망 대비 0.8%포인트 내려간 0.0% 성장이 점쳐지는 영향이 크다.
EU 회원국 대부분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된 가운데 스페인은 0.4%포인트 '나홀로' 상향 조정돼 2.6% 성장이 예상된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대미 무역 비중이 낮은 덕분에 미 관세의 직접 충격이 제한적이다"며 "최근 가계소득 증가와 민간소비 확대, 관광·서비스 수요 호조로 비교적 양호한 성장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수출 둔화와 기업 투자 위축에 따라 직전 전망 대비 0.4%포인트 하향 조정된 0.6%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미중갈등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상쇄되면서 4.1%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직전 전망치와 동일한 것이다.
윤 실장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중국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성장률을 큰폭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며 "미국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온 만큼 당시 크게 조정한 바 있다. 미국 관세 여파에 대한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윤 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높은 변동성을 나타낸 원·달러 환율은 올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개시와 미중 관세 협상의 진전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여러 압력을 구체화할 경우 원화 약세를 재촉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