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 주간거래 재개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증권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해외 증시 변동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불편은 투자자 몫으로 남았다. 특히 미국 주식 거래가 역대급을 기록 중인 상황 속에 주간거래 중단 장기화는 금융당국이 추구했던 글로벌 스탠더드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192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증시 변동성과 환율 등 요인으로 지난 2~4월 동안 잠시 주춤했던 보관금액은 재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난 반면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여전히 재개될 기미가 없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지난해 8월 주간거래를 중개하는 블루오션 ATS(대체거래소)에서 전산사고가 일어난 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전면 중단됐다. 이후 블루오션은 전산시스템을 정비하고 전산사고 발생 시 보상안을 마련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했으나 서비스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 의견에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증권업계는 금융당국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해외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만 확인해줘도 재개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산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는 증권사로서는 서비스 재개를 원하지 않는 곳들도 여럿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ATS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은 정규거래소 거래시간 확대를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 현지 정규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24X내셔널익스체인지가 현재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규거래소 거래시간 확대가 올해 안에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22시간 거래가 2026년 중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시간 연장안에 필요한 SIP(증권정보처리업자·Securities Information Processor) 위원회의 만장일치는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한 차례 실패를 거쳐 지난 6일 얻어내는 데 성공한 상태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거래시간 연장안을 제출해 승인을 받는 절차가 남아 있다. SEC는 최대 300일 동안 논의할 수 있다. 논의가 길어질 경우 올해를 넘어가게 된다. 예탁청산기관(DTCC)의 운영기간 연장도 필요하다. DTCC는 2026년 2분기부터 24시간 청산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규거래소만을 고집하다가 올해 안에 주간거래 서비스를 재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거래시간 연장을 지원하는 ATS는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유일하게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중개했던 블루오션 외에도 OTC마켓그룹이 운영하는 문 ATS, 피크6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브루스 ATS가 올해 들어 정규시간외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블루오션 관계자는 "지난 4월 8일에는 지난해 8월 전산사고를 야기했던 거래량의 두 배가 이상 없이 거래됐고, 최근 하루에 50억 달러 거래 규모를 처리하는 등 안정성 문제는 검증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전반뿐 아니라 미국, 유럽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정규거래시간 외 시간을 이용해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미리 잡는 등 장세에 실시간 대응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국내 투자자들은 소외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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