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청년이 떠나는 도시, 지자체가 붙잡아야

지난 4월 1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418 학생의거 기념 구국대장정에서 한 학생이 청년들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라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1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4.18 학생의거 기념 구국대장정에서 한 학생이 '청년들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공론의 장을 만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이 도시를 떠나는 현상은 단지 인구 유출이 아닌, 도시의 미래가 이탈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막기 위해 청년 유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정책들이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방의 청년 이탈은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도시들이 청년들에게 ‘머무를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일자리, 문화, 주거까지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수도권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은 청년의 삶이 어느 도시에서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창업자금 지원, 청년월세 보조, 직업훈련 프로그램, 문화예술 공간 제공 등 각종 청년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청년층의 실제 삶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기보다는 예산 항목을 채우는 데 급급한 사업이 적지 않다.
 
창원특례시의 경우, 중공업과 기계산업 중심의 도시로 산업 기반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이 지역 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학력·전공과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가 심각해 청년이 정착하지 않는 도시가 되고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업무 환경은 기존 산업구조에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자연환경이나 정주 여건은 훌륭하지만, 일자리나 사회적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여전히 서울이나 수도권에 크게 뒤처진다. 지역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도 문화생활이나 취미활동, 공동체 활동의 기회가 적어 ‘외로운 도시’라는 인식이 고착되고 있다.
 
그 밖에도 지방 중소도시 다수는 청년층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공동화(空洞化)가 진행 중이다. 지역대학들은 정원 미달 사태에 시달리고, 기업은 기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수도권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청년의 이탈이 지역사회 전반의 붕괴와 맞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은 단지 ‘하나의 세대’가 아니라, 한 지역의 노동력·소비자·시민·가족이 될 수 있는 핵심이다.
 
이러한 현실은 지방만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 내 도시 중 하나인 고양특례시는 서울과 맞닿아 있어 교통·생활 인프라가 우수하고, 청년 인구도 약 27%(약 30만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고양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도 서울로 직장을 찾으러 떠나고 있다.
 
이에 고양시는 최근 수년간 청년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복지 등 5개 분야 49개 청년 지원사업에 1000억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처럼 청년 취업자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창업준비금을 지급한다.
 
또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코딩 등 미래 직무 중심의 실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청년기획단 운영 등을 통해 청년들의 정책 참여와 자율성도 유도하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스스로 도시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느끼고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지차체의 정책은 청년에게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주지만, ‘머물고 싶은’ 동기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청년이 빠져나가는 도시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일자리는 있지만 경쟁력이 약하고, 정책도 있으나 지속성이 떨어진다.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는 단지 값싼 임대료나 창업지원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도시 자체의 정체성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을 지방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지원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설득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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