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비용, 상계 가능"…대법, 임차인 권리 확장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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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임차권등기명령을 받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임대인에게 직접 청구하거나 상계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기존에 ‘소송비용 확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하급심의 해석을 대법원이 뒤집은 것으로, 임차인의 비용상환청구권 행사 방식이 보다 유연해진 셈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 제5항은 임차권등기명령에 소요된 비용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그 청구 방법이나 절차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벌어진 민사소송에서 비롯됐다. 임대인 A씨는 밀린 월세와 원상복구비를 청구했고, 임차인 B씨는 임차권등기명령을 받는 과정에서 들인 인지대, 송달료 등 비용을 상계하겠다고 맞섰다. 1·2심은 “이러한 비용은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에 해당하므로 확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B씨의 주장을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비용은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과 구별되는 별개의 법정의무로, 일반 민사채권처럼 직접 청구하거나 상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임차권등기명령 비용이 통상의 소송비용과는 다른 실체법상 청구권이라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한 데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 이하에 따른 ‘소송비용 확정절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 당사자 간 비용 분담을 결정하는 절차이지만, 대법원은 임차권등기 비용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별도로 인정한 법정 채권이므로, 이와는 별개로 독립적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임차인이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민사상 손해와 유사하게 취급돼, 임대인의 채권과 ‘상계적상’(相計適狀, set-off eligible)의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 등은 여전히 전통적인 소송비용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상 비용확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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