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X 스파크부터 스타게이트까지…전 세계는 지금 슈퍼컴 전쟁 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누구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나쯤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전격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이자 인류를 위한 거대한 기회”라며,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중심이 될 것이며, 우리의 목표는 GPU를 넘어 전체 컴퓨팅 생태계를 이끄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초소형 컴퓨터를 선보인 것은 9년 만입니다. 엔비디아는 2016년 세계 최초 통합 AI 슈퍼컴퓨터 DGX-1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같은 날, 엔비디아는 AI 칩 ‘RTX 5060’을 탑재한 노트북도 선보였습니다. DGX 스파크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RTX 5060 탑재 노트북은 인터넷이 없더라도 AI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입니다. 황 CEO는 “이제 누구나 AI를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I 슈퍼컴퓨터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엔비디아는 대만 정부, TSMC, 폭스콘과 협력해 대만을 위한 AI 슈퍼컴퓨터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사양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만이 반도체뿐 아니라 AI 개발에도 적극적 나설 예정입니다. 

황 CEO는 “TSMC는 이미 막대한 양의 과학 및 AI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폭스콘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라며 “대만에 세계적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교육, 과학,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슈퍼컴퓨터 구축은 단순히 컴퓨터 한 대를 설치하는 일이 아닙니다. 과학, 기술, 산업, 안보 역량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입니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이 엑사플롭스(초당 10의 18제곱번 연산)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기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는 AI, 기후 변화 대응, 바이오 연구 등 국가 핵심 과제에 투입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이 새로운 경쟁 지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TOP500 슈퍼컴퓨터 중 161대를 보유하며 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넘습니다. 특히 ‘엘 캐피탄(El Capitan)’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물질의 원자 구조 분석, 신약 개발, 기후 물리학 등에 활용됩니다. 이론적 연산 성능은 2700페타플롭스 수준입니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미국 최초로 AI 슈퍼컴퓨터를 제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모든 규제 허가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엔비디아는 5000억 달러를 출자해 텍사스주 휴스턴시와 댈러스시를 슈퍼컴퓨터 제조 중심 도시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는 2028년까지 1000억 달러 규모의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의 xAI도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멤피스에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2020년~2021년 세계 1위를 차지한 ‘후가쿠(Fugaku)’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일본은 AI 특화 슈퍼컴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제산업성은 일본 컴퓨터 기업에 4억 7000만 달러를 지원해 새로운 슈퍼컴을 개발 중입니다.

중국은 100억 달러 규모의 국가 AI 산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며 AI 슈퍼컴퓨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47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투자 펀드를 출범해 슈퍼컴퓨터와 AI 칩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800개 군집 위성을 이용해 우주 공간에서 슈퍼컴퓨터를 구현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은 2026년까지 600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 6호기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주관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휴렛팩커드유한회사(HPE)가 맺은 이번 계약 규모는 5년간 유지보수비 780억 원을 포함해 총 3825억 원입니다.

국내 슈퍼컴퓨터 도입은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6호기 도입으로 국내 연구진의 연구 환경도 한층 개선될 전망입니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은 “원래 슈퍼컴퓨터 수명은 5년 정도인데 5호기는 7년째 사용 중이었습니다”라며 “연구자들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원이 없어서 경쟁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6호기 도입은 과학기술 활성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신약과 신소재, 초미세 반도체, 우주 탐사, 양자 컴퓨팅, 차세대 2차전지, 미래 에너지, 친환경 신기술 등 8개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슈퍼컴퓨터가 마치 빌트인 가전처럼 각 가정에 하나씩 설치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AI 기능이 고도화할수록 가전제품과 모바일 기기에는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되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초고속 프로세서 기반의 슈퍼컴퓨터가 비용 효율성과 성능 면에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일부 국가와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슈퍼컴퓨터도 점차 개인화, 일상화될 것입니다. 컴퓨팅 파워가 곧 경쟁력인 시대, AI 슈퍼컴퓨터는 기술 패권의 기준이자 새로운 문명의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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