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터리 시장을 둘러싸고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략이 엇갈리며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다. SK온은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며 전략을 조정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복합기업 OSO 그룹과 배터리 관련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OSO 그룹 주요 인사와 SK온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측은 SK온의 배터리 기술력과 글로벌 공급망, OSO 그룹의 자원·물류·금융 인프라를 결합해 공동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향후 협력 분야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재생에너지 분야까지 확장될 수 있다.
SK온은 이미 중국 장쑤성과 광둥성에 대형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도 착수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SK온의 이번 행보를 유연한 협력을 통한 리스크 분산 전략으로 평가한다. 현지 유력 기업과의 동반 진출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점진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려는 접근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추진해온 약 8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밸류체인 통합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니켈 광산 채굴부터 전구체, 양극재, 셀 생산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통합 사업으로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 중국 화유코발트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철수는 전기차 수요 둔화, 투자 환경 악화, 복잡한 지분 구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후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와 화유코발트가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대규모 투자로 인해 단기 리스크에 민감한 구조였던 만큼, 빠른 사업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수준의 니켈 매장량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발트를 포함한 다양한 광물 자원이 풍부해 배터리 핵심 소재의 현지 조달이 가능한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이면 아세안 국가 간 무관세 수출도 가능하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 25%, 2035년에는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영기업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차 및 전기이륜차 분야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관계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니켈 자원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글로벌 배터리 산업 주도권 확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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