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바로 다음해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하면서다. 기대가 깨진 중국은 분노했고, 그간의 호의는 한한령이라는 보복으로 바뀌어 몇 배로 돌아왔다.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 속에 한국 상품 및 서비스 불매 운동이 펼쳐졌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각종 불이익에 직면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한한령과 같은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식 발표만 없었을 뿐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한국 기업과 상품 및 서비스에 각종 제재가 가해진 것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한·미 양국이 동맹인 상황에서 사드 배치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당초 분명한 친중 기조를 드러내지 않았으면 중국의 보복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똑같이 사드를 배치한 일본에게는 반대를 표명한 것 외에 뚜렷한 경제적 보복은 없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외교 정책 혼란으로 인해 굳이 입지 않아도 됐던 피해까지도 우리가 고스란히 뒤집어쓴 것이다. 2017년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만 최대 15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한국 GDP의 0.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후 트럼프 1기부터 본격화된 미·중 경쟁 및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한·중 관계는 급전직하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들어설 우리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어느 때보다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전 세계적인 관세 압박 속에 경제와 관련해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을 모색하되, 중국의 무력 위협 속에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동맹과 맞물려 경계심을 갖는 실리적 외교가 절실하다. 유럽과 일본 등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들 조차 중국과 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대한 개개인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중국은 우리 바로 옆에 있는 강대국이고, 그만큼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차기 정부는 윤석열의 위법·위헌 계엄으로 난장판이 된 우리 경제를 수습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험난한 환경 속에서 출발하게 된다. 중국과의 관계도 여러 측면이 얽혀 있는 만큼 단편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렵고 정·재계 모두의 중지(衆智)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셰셰' 발언을 두고 친중이니 아니니 하는 소모적 논쟁보다 향후 대중국 관계에 대한 실리적이고 건설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