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지방 교통망 확충 공약을 쏟아낸 가운데 최근 교통 등 개발 호재와 정치적 이슈가 맞물린 지역 내 토지 거래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충남 천안·아산과 세종시, 울산시 등의 토지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건수 급증이 두드러졌다.
2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충청남도 내에서 매매로 인한 토지 소유권 이전 신청 건수는 7453건을 기록해 지난 1월(3984건) 대비 87% 증가했다. 3월(5207건)과 비교해도 43% 넘게 늘었다.
충남 지역 내 월간 토지 거래 건수가 7000건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6월(7750건)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충청남도 토지 매매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 수도 같은 기간 4221명에서 지난달 7911명을 기록해 3개월 새 90% 가까이 늘었다.
충남 지역에서 토지 매매가 활발히 일어나는 곳은 주로 광역 교통망 개발과 산업 단지 조성 등 호재가 집중된 곳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4월 충남 지역 내에서 천안(531건), 당진(511건), 아산(486건) 등의 토지 매매 거래량이 많았다. 천안과 아산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연장 이슈 등이 토지 매입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계획대로라면 천안은 23㎞, 아산 15.5㎞ 등의 구간이 GTX-C 연장 노선에 포함될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주요 투자 대상지로 충남 지역이 떠오른 점도 관내 토지 거래가 활성화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충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2년 이후 올해 5월까지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약 33조원 수준의 투자를 유치받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2023년 충남에 10년에 걸쳐 아산과 천안을 중심으로 약 52조원 규모의 첨단 사업 분야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충남도 내 토지 가격도 지난해부터 빠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해 연간 충남의 지가 상승률은 1.29%를 기록해 전년(0.7%)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집값이 빠르게 상승한 세종시 역시 토지 매입 규모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87건을 기록한 토지 매매 이전등기 신청 건은 4월에는 877건으로 3배 넘게 토지 매입 사례가 급증했다. 세종의 지가 상승률은 2023년 1.14%에서 지난해 1.69%로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인데, 최근 매입 수요가 늘면서 외곽 임야 등의 거래 가격도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울산도 동해선 전철화 사업과 KTX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영향으로 토지 거래가 증가하고, 지가 또한 상승하고 있다. 올해 토지 거래 규모는 1월 386건에서 4월엔 551건으로 약 43% 증가했다. 울산은 지난해 전체 토지 거래가 2023년 대비 18% 넘게 증가했고, 지가 상승률도 0.02%에서 1.0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규제와 지역 및 광역 교통망 확충 이슈로 토지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토지의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가 아파트에 비해 최대 3배 가까이 낮고, 대출에 대한 규제도 적어 감정가의 최대 80% 수준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광역 및 지역 교통망 수립은 최소 10년 단위의 장기 사업인 데다 지분 쪼개기 등의 행위도 성행해 섣부른 토지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지역 교통망 확충 필요성으로 사업이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10년은 내다보고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섣부른 토지 매입 등 시장이 너무 일찍 과열되는 등 양상은 긍정적이지 않아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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