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칼럼] 주한美사령관이 3성 장군으로 격하된다면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5월 초 미국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펜타곤 고위 리더십 관련 각서’에 서명했는데 이 각서는 미군을 경량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44명에 달하는 4성 장군의 숫자를 20% 감축하고자 하는데 문제는 감축되는 4성 장군 중에 주한미군 사령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격하되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운용 방식에 변화가 올 수 있기에 우리는 이 사안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게다가 4월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방위상인 겐 나카타미가 “동아시아 지역을 한 전구(theatre)로 합치자”는
제안을 헤그세스 장관에게 했다 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이시다 시게루 총리를 면담할 때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미국은 장성수 감축 논의와 별개로 이전부터 ‘동북아 단일전구’ 개념을 검토해왔다.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면 동북아 미군 전체를 묶어 통합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변화하는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감안하고 미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 역할 확대론에 부응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제안의 핵심은 동아시아 안보는 남중국해, 대만, 한반도를 포함하여 전 지역이 분리될 수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 지역 전체를 하나의 전구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안은 미국,일본,한국,호주,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 지역안보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고 작전과 병력운용을 같이 해야 한다는 구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이 제안의 배경에는 일본의 자위대가 지역안보에 더 큰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최근 주한 미군사령관의 ‘한국 항모론’과 주한미군 4천 5백명 이전 배치설도 이 제안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직 구상 단계에 있지만 이 두 가지 사안이 결합되어 만약 현실화된다면 우리 안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상황 진전을 예의 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먼저 미군 장성수 축소 문제와 관련하여 보자면 주한미군 사령관은 사실 휘하에 사단급인 약 2만 8천명 병력만 있음에도 4성 장군이어서 미군 전체 관점에서 보면 과대평가 되어 있는 셈이다. 미군의 다른 4성 장군은 다들 유럽이나 북부, 중부지역 사령관으로서 한 대륙을 관장하는 데 비하여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반도 남쪽만 관할하고 있으니 관할지역 크기에 비해서도 계급이 높은 셈이다. 그러니 4성 장군 숫자 감축에 있어 주한미군 사령관이 감축 대상 우선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이 높은 이유는 그는 주한미군만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유사시 48만 한국군 전체와 유엔군을 지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아시아를 한 개의 전구로 묶어버리면 이 지역을 총괄 관할하는 4성 장군인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있으니 주한미군 사령관은 그 휘하에 들어가야 하고 따라서 평소 그의 계급은 3성 장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반도 유사시에 유엔군이 재파병된다면 그때는 4성 장군으로 사령관을 보임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동아시아 지역이 하나의 전구로 묶인다면 미군 입장에서는 주일미군의 숫자가 주한미군보다 많고 주일미군이 지역적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므로 현재 3성 장군인 주일미군 사령관이 주한미군 사령관보다 높은 4성 장군이 되는 게 맞다. 이것은 한국전 발발 이전 맥아더 장군이 동경에서 한국전을 지휘했던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주한미군 사령관이 3성 장군으로 격하된다면 우리의 안보와 관련하여 제일 먼저 전작권 환수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한.미간 전작권 전환 논의가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여전히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 양군의 전시 작전권을 한반도에서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 사령관이 3성 장군이 되면 우리 군에 있는 7명의 4성 장군을 그가 지휘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평시 작전권을 한국군이 행사하고 전시에 미군 사령관이 4성 장군으로 보임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시에도 주한미군의 위상을 감안하고 한미 연합훈련 등을 감안할 때 양군 사령관의 계급 차이는 한미동맹 의 원활한 작동에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주한미군 사령관이 3성 장군으로 격하될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는 전시 전작권 환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 때부터 진보정부는 이를 조기에 환수하려 하였으나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이를 연기하다 박근혜 정부때 무기연기 시켰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우리 군의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이후 환수하려 하다 보니 늦어진 것이다. 사실 미국 측에서도 한국이 원하면 전작권을 넘겨주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주한미군 사령관 계급을 격하시킬 경우 이를 더욱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전체 전구 작전능력을 배양하고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전작권 환수는 필요한 일이기에 차제에 이를 더욱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동아시아가 한 개 전구로 묶일 경우 일본 자위대의 역할이 한반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의 전구로 통합되더라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일은 한.일 양국 관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시기상조이므로 일본 자위대는 후방지원 역할에만 머물러야 할 것이다. 동북아가 한 개의 전구로 묶이더라도 작전지역을 구분하여 별도로 작동하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동아시아 전구가 하나로 묶이게 되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불가피하게 되어 주한미군은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방어를 위해 동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한 개의 전구로 묶어 미국 동맹국들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행동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서 한반도에서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담보받은 셈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 지역을 하나의 전구로 보고 같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중.러 북방 3각 안보협력체가 하나로 묶여 움직일 경우에 대비해 한.미.일 남방 3각 안보협력체도 하나로 묶여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경우 한.미 동맹의 적용범위도 지역적으로 확장되어야 하고 우리 군의 지역적 역할도 더 확대되도록 요청받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미리 국내적으로 취할 준비태세를 갖추어 나가되 외교적으로 한계선을 분명히 그을 것은 그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이 격하된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대북억제 역할이 감축된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의 자주국방 능력이 더 증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미연합사가 1974년 창설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의 국방력이 북한을 따라잡을 때까지 한미연합사를 두고 그 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보임해야 우리 안보가 튼튼해진다고 보고 이를 실현시켰다. 이제 상황이 변화면서 미군 운용태세가 맥아더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니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준비작업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 동맹이 우리 안보의 알파요 오메가인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혜의 상징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야 할 황혼이 시작되고 있다.
 
 
 

이백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독문학과 △주미얀마 대사 △국회의장 외교 특임대사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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