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나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후보직은 물론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논란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28일 논평을 통해 "이준석 후보가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표현을 생중계로 전 국민 앞에 내뱉은 것에 대해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러한 발언은 여성만이 아니라 주권자 모두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대통령 후보는커녕 국민 앞에 공인으로 나서야 하는 정치인의 자격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7일 토론회 직후 성명에서 "우리는 성평등, 인권, 존중은 고사하고 이 후보와 같은 작자가 우리 사회가 일궈 온 최저선의 윤리마저 무너뜨리는 작태를 한 순간도 두고 볼 수 없다"며 "당장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합당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다시는 시민 앞에서 마이크를 쥘 엄두조차 내지 마라"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아이들까지 지켜보는 생방송 토론 현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내면서 저열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후안무치가 곧 젊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라고 말했다.
진보당은 이 후보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은 언행에 있어서 품위를 유지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차별·혐오·폭력적 표현을 지양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성평등 사회로 진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 후보의 발언을 국회가 용인하면 대한민국 성평등·인권 존중 사회는 바로 설 수가 없다. 이에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전날 대선 후보자 정치 분야 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여성의 신체 부위에 대한 특정 행위를 언급하면서 "민주노동당의 기준으로 여성 혐오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후보의 거듭된 물음에 "우리는 당연히 성적인 학대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 후보는 토론회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그 발언이 다른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꺼낸 것이라는 사실은 토론회 끝나고 나서 알았다"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겠다는 의도로 여성혐오 발언을 공중파 TV 토론 자리에서 필터링 없이 인용한 이 후보 또한 여성 혐오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후보는 "공공의 방송인 점을 감안해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음에도 두 후보는 해당 사안에 대한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며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지금까지도 해당 발언의 선정성과 폭력성, 그 안에 담긴 혐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또다시 궤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가 입장문에서 언급한 '성범죄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성 의식', '왜곡된 성 인식'은 어떤 후보보다도 이준석 본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언어적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이준석은 대통령 후보는 물론 국회의원직에서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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