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가 관련 정보를 제때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공시 제도를 두고 있다. 증권을 발행할 때에는 투자설명서, 증권신고서가 정보를 제공한다. 이후에는 해당 기업의 사업보고서, 분기와 반기 보고서가 정기적으로 공시되어 정보를 제공한다. 정기공시에 담지 못하는 중요 정보는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수시로 공시된다. 공시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우리 법은 허위 공시나 공시 누락에 대해 손해배상책임, 형사책임을 부과한다.
이와 같이 우리 법은 투자 정보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공시에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정보 제공의 적시성과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다. 공시 대상과 책임을 묻는 제도도 그에 맞추어 기능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5일을 전후로 기업들의 1분기 보고서 공시가 쏟아졌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이미 그 2주 전인 4월말에 언론을 통해 시장에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4월말에 발표된 실적을 토대로 이미 투자판단을 하게 된다. 공시가 나오는 2주 뒤의 1분기 실적은 더 이상 뉴스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먼저 발표된 실적 정보에 허위가 있더라도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현행 제도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보고서 내용에 허위가 있을 때, 그 공시 이후 매수한 주식의 손해부터 가능하다. 공시 이전의 허위 실적 발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입증책임, 손해액 산정 등에서 불리하여 실제로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
결국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정보를 공시 문서에는 담지 않거나 추상적·포괄적으로 기재하고, 언론보도나 홈페이지 등 다른 수단을 통해서 알리는 방법으로 투자를 유도하면 책임 부담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허위공시에 관한 책임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당시 코덱스 원유선물 ETF를 매수했던 투자자 상당수는 그 사건을 계기로 국내 시장 투자를 포기하고 미국 시장으로 떠났다. 그때 국내 시장을 떠나서 많은 수익을 얻게 된 한 투자자는 국내 시장에 투자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준 해당 운용사가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투자자 신뢰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제도가 결국 투자자들을 우리 시장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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