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엘리엇에 지연손해금 267억 안 줘도 돼"…2심도 삼성 손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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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주식매수대금 차액을 지급한 것만으로 약정이 완료됐으며, 별도의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줄 의무는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1심에 이은 두 번째 승소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29일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이 타당하며, 항소 이유에도 특별히 받아들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한 엘리엇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에서 비롯됐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이 제시한 매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2016년 3월 양측은 ‘다른 주주들과의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건부 비공개 합의에 이르렀다. 이를 전제로 엘리엇은 청구권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대법원이 2022년 해당 주식의 적정 가격을 삼성 측 제시가보다 높게 판단하면서, 삼성물산은 약 724억 원의 차액을 엘리엇에 지급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엘리엇은 2023년, 지연손해금 267억 원을 별도로 청구하며 또다시 소송에 나섰다. 삼성물산이 다른 일부 주주들에게는 더 오랜 기간의 지연손해금을 계산해 지급한 반면, 자신들에게는 2016년 합의 체결 시점까지만 적용해 차별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양측 간 주식 매매와 관련한 거래는 합의서에 따라 마무리되었으며, 지연손해금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었다고 해서 그 의무가 당연히 살아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의의 문언과 거래 종결의 시점을 기준으로 법적 책임의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엘리엇 측은 합의 당시에도 주식매매계약상의 권리가 여전히 유효했으며, 지연손해금의 포기 의사는 분명히 표현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은 267억 원의 추가 부담 없이 분쟁을 일단락할 수 있게 됐으며, 재계에서는 이 판단이 향후 유사한 조건부 합의 분쟁에도 일정한 기준을 제공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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