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부채가 최근 3년간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들의 부채는 기본적으로 일반 제조업 대비 규모가 크지만 부채를 늘려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자비용도 확대돼 부담도 커질 수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증권사 61개사의 부채는 705조619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분기 대비 110조365억원(18.48%) 증가한 수치다.
증권사 부채는 예수부채, 차입부채 등으로 구분된다. 예수부채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묶어둔 예탁금이다. 차입부채는 콜머니, 신용공여 미수금, 사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수부채는 3년 전 대비 22조1159억원(27.42%) 증가했다. 주식 거래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예수부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투자자가 늘었다는 점에서 미래 수익도 증가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차입부채도 81조3026억원(20.49%) 늘었다. 다른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이나 사채인 만큼 차입성 자산이 함께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예수부채만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 차입부채를 활용한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경우 예수부채가 2023년 1분기 대비 20.47% 늘어난 76조514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리테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예수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58.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부채 역시 대형 증권사는 18.84% 늘어났고, 중소형 증권사는 25.78% 증가했다. 절대적인 규모는 대형사가 크지만 증가세는 중소형사가 더욱 가파른 모습이다.
대형 증권사들도 실탄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KB증권의 차입금 규모는 2023년 1분기 2조6847억원에서 올 1분기 5조9891억원으로 123.08% 급증했다. 삼성증권의 차입금은 2조4462억원에서 올 1분기 4조3066억원으로 76.05% 늘었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 신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던 중소형사들은 대부분 차입금 규모를 줄였다. 아이엠증권은 1조5451억원에서 1조4031억원으로 9.18% 감소했고 다올투자증권은 8639억원에서 6506억원으로 24.69% 줄었다. 반면 신규 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교보증권은 55.77% 증가했고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증권은 4350억원에서 1조222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부채는 미래 수익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리스크로만 보기 어렵다"면서도 "중소형사들은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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