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신간] 아버지의 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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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죄
 

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한길사.
 
"사생자는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니 십 대에 이르기까지도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어린 시절 보수적인 개신교 교회를 다녔던 저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입양된 동생 로버트가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겁에 질렸다. 서양의 법은 부모의 죄를 혼외자인 자식에게 전가해 차별과 박탈을 가했다. 최근에 와서야 혼외자에 대한 법적 불이익이 사라졌지만, 혼외자들이 느끼는 사회적·심리적 대가는 여전히 크다.
 
법과 종교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혼외출생에 대한 역사적 변화 분석을 통해 혼외자를 차별하는 교리가 가부장과 종교의 권력을 확립하기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오해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예컨대 아우구스티누스는 “모든 사람은 사생아”이므로 출생 신분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세 이후 유럽 신학자들과 법학자들이 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혼외자,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혼외자 등 출생을 계급화하는 등 혼외자에 대한 차별은 심화된다. 저자는 혼외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의 기원을 추적하며, 만인의 자유, 존엄,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죄지은 부모는 있어도, 죄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고 단언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원죄에 대한 그의 저술에서 모든 사람이 아담과 하와의 죄에 대해 책임을 지며, 모든 사람이 “자기 부모의 죄 안에서 임신되고 태어난다”고 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사생아”다. (78쪽)
 
비상
 
비상=양광모 지음. 푸른길.
 
양광모 시인의 잠언집 <비상>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글 중 일부는 다듬고,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와 십계명을 더했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된다. 잔잔한 울림을 주는 400여개의 메시지 각각은 소소한 행복, 휴식, 용기 등을 준다.

‘연애는 두근두근/사랑은 사근사근/결혼은 천근만근’, ‘낯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가슴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등 일상의 언어로 전하는 메시지는 분주한 삶에 잠시 멈춰 ‘잘 살기 위해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기회와 깨달음을 준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꿈, 희망, 용기, 성공, 실패, 결혼, 청춘, 시간, 행복 등 원하는 주제를 찾아 읽을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약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지켜야 할 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타인과의 약속,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더욱 겸손하고 성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잊지 마세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은 신과의 약속이라는 사실을.” (202쪽)
 
페스트
 
페스트=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새움출판사.

이 소설은 ‘역병’의 개정 완역판이다. 제목만 바뀐 게 아니라 전면적인 번역 수정과 문장 개편을 거쳤다. 번역가는 원문 문장의 구조와 리듬, 문장 부호까지 살려내는 '구문 직역'의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또한 'La Peste', ‘peste’, ‘l’épidémie’를 각각 ‘역병’, ‘전염병’, ‘돌림병’으로 번역해, 단어 반복 속에 숨은 카뮈의 의도를 살려냈다. 
 
1940년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연안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서술자가 도시를 휩쓴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말해주는 형식을 취한다. 이성적인 의사 베르나르 리외가 진료실이 있는 건물에서 죽은 쥐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근무 외 시간에는 소설 쓰기에만 전념하는 시청 하급 공무원 조제프 그랑, 역병과 싸우는 레몽 랑베르, 역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보며 신의 뜻에 고심하게 되는 파늘루 신부 등이 오랑 사람들로 나온다. 작품 속 주인공인 서술자의 정체는 소설 말미에나 드러난다.
 
“다시 사망자 수가 30명에 다다른 날, 베르나르 리외는 지사가 ‘저들이 두려워하고 있소’라며 그의 손에 넘겨준 전보 공문을 보았다. 급보는 전하고 있었다. ‘전염병 상황을 선포하라. 도시를 폐쇄하라.’”(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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