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엔솔-GM 배터리 합작공장 [사진=LG엔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 주도하는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응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MR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코발트를 줄이고 저렴한 망간을 다량 사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동시에,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33% 높고 구조 안정성도 우수하다. LFP의 대체재로 부상하며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이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사와 소재업체들은 최근 LMR 배터리 및 양극재 상업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공동 개발한 LMR 각형 배터리셀을 2027년 말까지 시범 생산하고, 2028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해당 배터리는 GM의 전기트럭 실버라도와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IQ에 적용되며, 644㎞ 이상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LMR 배터리 분야에서 2010년부터 2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하며 오랜 기간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서원준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은 "수십 년간 이뤄진 연구 및 기술 투자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도 최근 LMR 양극재 시험 생산에 성공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안에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대형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설비 운영, 환경·안전 실사를 마치고 승인을 획득하는 등 양산 체제에 근접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향후 LMR 제품 포트폴리오를 엔트리·스탠다드에서 프리미엄·대형 전기차용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홍영준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간담회에서 "LFP는 기술이 아닌 자본과 규모의 싸움"이라며 "LMR은 리사이클까지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LMR은 폐배터리 내 리튬 함량이 약 8%로, 2%에 불과한 LFP보다 재활용 효율이 높다. 리튬 회수율이 낮아 리사이클이 사실상 어려운 LFP에 비해, LMR은 친환경성과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우위를 갖는다.
중국 업체들은 LFP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아직 LMR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가 망간을 강화한 LMFP나 LMR 기술을 연구 중이나, 주력 제품은 여전히 저가 LFP에 집중돼 있다.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는 LFP 시장에 대응하면서도, 기술 경쟁력으로 LMR 시장을 선점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MR은 최근 GM·LG에너지솔루션의 양산 계획 발표로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주류 양극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가 이어질 경우, ㎾h당 80~90달러 수준의 LMR 배터리는 LFP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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