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P 통신은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민방위대를 인용해 이날 새벽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운영하는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31명이 숨지고 176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마흐무드 바살 가자 민방위대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미국 배급소 근처에 모인 수천명의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도 칸유니스 소재 나세르병원으로 시신 31구가 옮겨졌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범죄조직인 파시스트 점령군(이스라엘)이 배급소로 향하던 수천명의 민간인을 표적으로 끔찍한 학살을 자행했다"며 40명 넘게 숨지고 1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배급소 안이나 주변 지역의 민간인에 대해 발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하마스 아닌 가자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직접 배급하기 위해 GHF 및 국제 구호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유지하려 주민을 굶기고 위험에 빠뜨리는 잔혹한 테러조직"이라며 "하마스는 식량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 괴한들이 배급소에서 주변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GHF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도 구호품이 다시 한 번 무사히 배급됐다"며 "하마스는 오늘 사상자가 나왔다는 소문을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GHF에 따르면 이날 88만7040끼에 해당하는 약 1만5360상자의 구호품이 배포됐다.
GHF는 지난달 27일 배급소 개소 이후 현재까지 총 6만7200상자, 472만 끼니에 달하는 식량을 전달했다며 "몇 주 안에 북부 지역을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에 추가 시설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로 접근성과 군중의 밀도, 안전 고려 사항 등 현장 상황에 계속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유엔·민간단체의 물자를 탈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구호품 반입을 차단했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만든 GHF를 통해 구호품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리페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가자에서 구호물자 배급이 죽음의 함정이 됐다"고 지적했다.
라자리니 총장은 "현장에 파견된 국제 의료진은 오늘 아침 총격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숨지고 다쳤다고 전했다"며 "구호물자 전달과 배급은 대규모로 안전하게 이뤄져야 하며, 가자에서는 UNRWA 등 유엔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주장과 허위정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오늘 아침 벌어진 극악무도한 범죄와 계속되는 잔혹행위에 대해 독립적인 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언론이 가자지구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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