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빅딜에 성공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에이비엘바이오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 1480억원을 포함해 최대 4조1000억원 규모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에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약 1조300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한 것에 이은 성과다. 나아가 이 대표는 향후 그랩바디-B를 중심으로 추가 기술이전을 예고했다.
2016년에 설립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임상·비임상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담도암 치료제 'ABL001',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ABL202' 등을 포함해 8개의 파이프라인이 미국과 중국·호주·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랩바디-B는 치료적 접근법(모달리티)과 타깃 확장 등에 따라 추가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기술이전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요지.
-빅파마의 러브콜이 이어진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력은 무엇인가.
"사노피에는 ABL301을, GSK에는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술이전했다. ABL301도 그랩바디-B 플랫폼이 적용된 파이프라인인 만큼, 두 건의 딜 모두 약물의 뇌 전달률 향상을 위한 BBB 셔틀 기술이 핵심이었다.
BBB는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보호막이지만,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약물의 뇌 전달까지 막는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약물의 효율적인 뇌 전달을 위해 로슈, 디날리(Denali) 등의 회사들이 트랜스페린 수용체(Transferrin Receptor, TfR)를 활용해 약물을 뇌로 전달하는 셔틀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창업 때부터 지속적인 연구 끝에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nsulin-like Growth Factor 1 Receptor, IGF1R) 기반 셔틀을 개발했다.
BBB 셔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시점은 로슈가 BBB 셔틀이 적용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임상 1·2상 초기 데이터를 발표한 이후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IGF1R 기반 BBB 셔틀의 장점을 지속 부각해 기술이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BBB 셔틀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 내에서 그랩바디-B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적극 어필한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
GSK의 경우 십여 년 전 퇴행성뇌질환 개발 분야를 축소한 이후 다른 사업 영역에 집중해 왔지만, 지난 2020년 리간드 파마슈티컬스(Ligand Pharmaceuticals), 2021년 알렉터(Alector)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퇴행성뇌질환 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해 오고 있던 곳이다. GSK의 전략 방향과 그랩바디-B가 잘 맞아떨어진 것."
-향후 기술이전 계획은 어떠한가.
"GSK와의 계약이 발표된 이후 그랩바디-B 관련 미팅 요청이 늘었다. 사업상 논의를 중단했던 기업, 새롭게 흥미를 보이는 기업, 기존에 미팅을 진행 중이던 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랩바디-B 외 이중항체 ADC와 면역세포(T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 기반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도 많은 상황이다. 올해는 4-1BB 기반 이중항체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ABL111의 삼중 병용(ABL111+니볼루맙(nivolumab)+화학치료제)에 대한 임상 1b상 주요 결과(톱라인, top-line) 데이터 발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
-유망 파이프라인에 대해 설명해달라.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제와 퇴행성뇌질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신생혈관억제제 ABL001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ABL001은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에 기술 이전돼 현재 담도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최근 임상 2·3상 톱라인 발표를 통해 객관적 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 17.1%, 임상적 이점 비율(Clinical Benefit Rate, CBR) 61.3%를 보이며, 1차 평가지표의 충족을 알린 바 있다.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 OS)을 포함한 전체 데이터가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트랙(Fast Track Designation) 제도를 활용해 신약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4-1BB 기반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에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111의 삼중 병용 임상 1b상 톱라인 데이터가 올해 발표될 예정이다. 퇴행성뇌질환 파이프라인은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이 대표적이다. ABL301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획은.
"이번 GSK와의 딜은 그랩바디-B 기술 사업화의 시작이다. 앞으로도 그랩바디-B 기술이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사업화와 동시에 에이비엘바이오는 차세대 BBB셔틀 개발 및 그랩바디-B의 적용 범위도 넓혀갈 예정이다.
기존에는 항체 치료제를 중심으로 그랩바디-B를 개발해 왔다. 짧은 간섭 리보 핵산(siRNA), 올리고핵산(ASO) 등을 비롯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분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달리티에 도전하고자 한다.
4-1BB 이중항체 및 이중항체 ADC 개발 역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ABL104가 식약처로부터 임상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으며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 개수가 8개로 늘었다.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집중해 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을 가속하고, 좋은 소식 지속해서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