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자원이야기] "희토류를 선점하라"… 미중 자원 패권 경쟁 속 한국 공급망 자립 박차

  • 미중 갈등 속 희토류 확보전 본격화

  • 전량 수입 의존… 한국도 공급망 불안

  • F-35부터 MRI까지… 산업 전반에 필수

  • 북한 자원 매장 가능성… 기술력은 걸림돌

중국 네이멍구의 희토류 광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네이멍구의 희토류 광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의 대가로 주요 광물 개발 지분을 요구하면서 세계 각국은 자원 안보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군용기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는 한국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희토류는 란타넘족 원소 15종(La~Lu)과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뜻한다. 지각에는 널리 존재하지만 대부분 낮은 농도로 분포하고 다른 원소와 섞여 있어 정제가 까다롭다. 고순도 정제를 위해서는 복잡한 화학 공정이 필요하며 방사성 폐기물과 유해가스가 발생해 환경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희토류는 산업 전반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MRI 장비 정밀 광학기기 카메라 렌즈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미국 의회조사처(CRS)에 따르면 F-35 전투기에는 417킬로그램, 이지스함에는 2358킬로그램, 핵잠수함에는 4172킬로그램의 희토류가 각각 사용된다.

희토류 생산은 한때 미국이 주도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채굴과 정제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이후 미국과 호주가 생산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점유율은 절대적이다. 2023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약 35만 톤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24만 톤을 차지해 약 70퍼센트를 기록했다. 불법 채굴을 포함하면 실제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생산보다 정제다. 희토류 정제는 높은 기술력과 전문 인프라가 필요한 반면 환경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현재 정제 능력을 갖춘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프랑스와 인도 베트남 정도다.

북한은 풍부한 희토류 매장지로 주목된다. 2016년 국내 연구진은 정주 지역에 약 20억톤의 고품위 희토류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북한 당국은 2억1600만 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대부분 1차 가공된 채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4년 수출량은 6만톤으로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한국도 일부 희토류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품위가 낮고 정제 기술이 부족해 상업적 활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희소금속을 전략 비축 자원으로 삼고 2031년까지 국내 수요의 100일분에서 180일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는 비축기지도 설립할 방침이다.

민간 기업들도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2021년 호주 ASM 광산 지분 20퍼센트를 약 2억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희토류 산화물 수입과 정제 가공 설비 구축에 나섰다. 최근에는 사용된 영구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는 산업의 쌀을 넘어 전략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중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한국도 수입 의존을 줄이고 자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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