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은향은 실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속이진 않았다

  • 지난 17일 구독자 100만 돌파 기념 방송 및 임성한 작가 인터뷰 진행…비판 이어져

유튜버 엄은향이 임성한 작가 인터뷰 후 홍역을 앓았다 사진유튜브 채널 엄은향
유튜버 엄은향이 임성한 작가 인터뷰 후 홍역을 치렀다. [사진=유튜브 채널 '엄은향']


유튜버 엄은향이 임성한 작가 인터뷰 후폭풍으로 홍역을 치렀다.

엄은향은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독자 100만 돌파 기념 방송 및 임성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방송 전후로 임성한 작가의 '얼굴 공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전화 인터뷰만 이뤄져 실망과 비판이 쏟아졌다.

시청자가 아쉬움을 느낄 순 있다. 기대했던 그림과 방송의 형태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과 기만은 다르다. 실망과 잘못도 다르다. 엄은향이 임성한 작가의 '얼굴 공개'를 직접 약속한 적이 없다면, 시청자를 속였다고 말하는 것도 논리의 비약이다.

"얼굴이 나온다고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는 엄은향의 해명은 사실이다. 임성한 작가 측이 녹화를 제안했고, 이후 라이브 방송에 직접 나가는 대신 전화 인터뷰를 제안했다는 설명. 지난 7일 라이브 방송 공지 당시에도 '게스트 임성한 작가'라는 문구를 썼을 뿐, 임성한 작가가 얼굴을 보여줄 거라고 예고한 적은 없다.

엄은향의 표현처럼, 그가 소위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악의적 글 게재 및 행동)를 끈 건 맞다. 다만 기자들의 책임도 짚어야 한다. 그 어그로를 더 증폭시킨 건 언론과 플랫폼의 헤드라인 경쟁이었다. 크리에이터의 과장된 연출만 문제 삼고, 그것을 클릭 장사로 재가공한 구조를 외면해선 안 된다.

유튜뷰는 관심을 붙잡는 매체다. 썸네일, 제목, 예고, 실시간 긴장감이 콘텐츠의 일부다. 그래서 엄은향이 "유튜버라는 직업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한 대목은 허황된 변명이 아니다. 물론 모든 어그로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시청자의 기대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면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라이브 방송의 연출은 과했다. 임성한 작가의 이름이 적힌 의자가 준비됐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실제 출연을 기대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엄은향 본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 이후 "어그로 끄는 거 좋아하는 관종"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했고, "오늘은 그냥 실패한 날"이라고 자평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엄은향
[사진=유튜브 채널 '엄은향']

이런 반성과 대응은 적어도 책임 회피와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는 변명으로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다. 단기간 큰 관심을 받은 크리에이터에게 '미숙했다', '실패했다', '그게 나다'라고 말하는 건 성숙한 방식의 수습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아쉬운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것.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 임성한 작가의 얼굴은 반드시 나와야만 했을까. 임성한 작가는 오랜 기간 언론 노출을 피해온 인물이다. 그의 신비주의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왔고, 그래서 이번 인터뷰 자체가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얼굴 공개가 없었다고 해서 인터뷰의 의미가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임성한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도 콘텐츠적 가치는 충분했다.

 
임성한 작가 사진연합뉴스
임성한 작가 [사진=연합뉴스]

오히려 이상한 건 '임성한 작가의 말'보다 '임성한 작가의 얼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 소비 방식이다. 물론 시청자는 볼 권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보장하지 않은 것을 시청자가 기대했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장 '사기'나 '기만'으로 몰아가는 건 과하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엄은향의 방송은 완벽하지 않았다. 연출은 과했고, 진행은 흔들렸으며, 기대를 감당하는 방식도 미숙했다. 하지만 실패한 방송과 기만한 방송은 다르다. 이번 후폭풍의 본질은 엄은향의 거짓말이 아니라, 기대를 부풀리는 유튜브 문법과 그 기대를 더 자극적으로 포장한 미디어 소비 구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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