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다룰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한국이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지정됐다.
미국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포함시켰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약 7년간 관찰 대상국 지위를 유지하다가 2023년 11월에 제외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작년 11월 다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작년 11월에 비해 아일랜드와 스위스가 새롭게 관찰 대상국 명단에 추가됐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대미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을 대상으로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을 평가하며, 일정 기준에 부합할 경우 심층분석 대상 또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 동안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규모가 GDP의 2% 이상일 경우 등이다.
이 중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되고, 2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요건을 충족해 관찰 대상국에 포함됐다.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24년 GDP 대비 5.3%로, 전년의 1.8%에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가의 주요 원인은 한국의 상품 무역 흑자가 늘었기 때문이며, 상품 및 서비스를 포함한 2024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550억달러로, 전년의 140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또한 재무부는 한국 당국이 원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4월과 12월에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해당 해에 GDP의 0.6%에 해당하는 112억달러를 순매도했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어 한국이 앞으로도 외환시장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환율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표된 것으로 주목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환율 정책이 불공정한 국가와의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논의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재무부는 이번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으나, 위안화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는 상황 속에서 중국의 환율 정책과 관련된 불투명성이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중국이 공식 또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위안화 절상에 대한 저항 움직임이 확인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부는 '미국 우선 무역정책'에 따라 향후 보고서에서 교역 대상국의 환율 정책과 운영 관행에 대한 분석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시로는 교역국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무질서한 시장 여건이나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경우, 이를 집중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공정한 환율 관행이 포착된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환율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조작국 지정에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을 늘리겠다"며 "앞으로 재무부는 불공정한 환율 관행을 상대로 강력한 대응책을 시행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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