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회담을 앞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지렛대로 활용하며 협상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인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의 일부 희토류 공급업체에 한시적 수출 허가를 내줬다. 허가 중 일부는 유효기간이 6개월이며, 구체적인 품목이나 물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 완화를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로이터는 희토류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며,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장 지배력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지렛대로 점점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하트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일부 중국 공급업체들이 향후 6개월 동안 희토류를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지만 이는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수출 허가를 신청하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희토류가 미국 군수업체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희토류 수출 문제는 양국 협상에서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지난달 제네바에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대미 수출 통제를 계속하고 있다며 중국에 ‘합의 위반’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 이후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희토류 제품의 복잡성에 대한 의문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희토류 문제가 해결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협상에서 희토류 카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찬롱 중국 런민대 국제학부 부학장은 NYT에 “우리(중국)는 반드시 희토류 카드를 활용해 트럼프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희토류 수출 통제 정책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에게 간단히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 문제는 협상팀에 맡겨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희토류 문제를 소셜미디어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그가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며, 우리가 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효과적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행동포럼(AAF)의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시 주석은 희토류를 놓지 않고 있다. 그는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활용하고 있다”며 “양측이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지만,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의 통상 협상에서도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간 회담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이 EU의 우려를 매우 중시하며 조건을 충족하는 신청 건에 대해 녹색통로(패스트트랙)를 구축해 승인을 가속화하기를 원한다”며 실무급 조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회담에서 희토류 통제 완화를 대가로, EU 측에 전기차 보조금 관련 반덤핑 관세의 축소·철폐와 첨단 제조장비의 대중 수출 허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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