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 전쟁 휴전을 맺은 미·중 양국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잘 진행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희토류 및 기술 제재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 미국 측 대표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고, 중국 측 대표로는 허리펑 부총리가 참석할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전화 통화를 하고 무역협상 재개에 뜻을 모았다. 양국은 지난달 12일 서로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씩 인하하는 '제네바 합의'를 맺고 관세 전쟁 휴전을 선언했지만, 이후 서로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비난전을 펼쳐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담당국장은 협상 자체는 "긍정적 진전"이라면서도, "양국이 빠르게 합의에 도달하거나 혹은 합의 사항이 지속적으로 지켜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핵심 쟁점인 희토류 수출 제한과 첨단 기술 통제에서 빠르고 구체적인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희토류 카드를 내세워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주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인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의 일부 희토류 공급업체에 한시적 수출 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 이후 “희토류 제품의 복잡성에 대한 의문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국은 앞으로도 희토류를 협상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행동포럼(AAF)의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시 주석은 희토류를 놓지 않고 있다. 그는 그것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며 “양측이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지만,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군사적·상업적 잠재력이 입증된 무인항공체계(UAS) 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중국산 제품이 장악한 드론 산업에서 자체 공급망 육성을 주문했다. 또한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 운용에 필요한 규제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는 최근 원전 설비의 대중국 수출 허가를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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