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심리 악화에 내수 '뚝'…李 대통령 "속도감 있게 추경 편성"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는 추경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정부가 추경에 속도전을 내고 있는 것은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건설투자가 3.1% 급락한 가운데 민간소비(-0.1%), 설비투자(-0.4%) 등도 역성장한 영향이 크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5%포인트로 지난해 4분기(-0.1%포인트)보다 감소폭을 키웠다.
내수 부진이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 되어가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경제 심리가 악화됐다. 지난해 연말 항공기 참사,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산불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소비와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4월에도 내수 흐름 위축이 이어졌다.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소매판매 대부분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건설기성도 전월 대비 0.7%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악화되고 있다. 특히 건설수주가 1년 전보다 17.5% 급감했다.
커지는 '경기 대응용 추경 편성' 목소리…"중장기 대책 마련해야" 반론도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만큼 신속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경제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경기 대응용 추경의 신속한 편성과 빠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만일 2차 추경을 경기 대응용으로 편성하지 않거나 추경의 적시성이 상실될 경우 우리 경제의 개선이 더뎌지거나 비관적 평가가 고착화 돼 재침체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다만 추경의 주요 방향이 중장기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단기적인 정책 편성에 나설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만큼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등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계속되는 대출 조정 등 재정 지원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돈을 써서 성장을 하는 시절은 이미 지나간 만큼 중장기적으로 보고 정책을 취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양자컴퓨팅, 로봇 등에 대한 R&D에 투자해 고용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또 "인구가 줄고 있지만 자영업자 비중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인 만큼 폐업 지원 등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출 조정 등 대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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