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 심화와 내수 부진으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산업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배터리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세제 혜택 확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지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 등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배터리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이자,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이라며 "전폭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는 현행 제도가 흑자 기업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정책 수혜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처럼 직접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결합한 '국내생산촉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한국판 IRA 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이와 연계될 경우, 제도적 기반 마련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흑자 기업만 세제 혜택을 받아 적자 기업은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국처럼 정부가 방향을 주도하는 모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장도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중국 제외)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9.7%로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CATL과 BYD 등 중국계 기업의 점유율은 36.5%로 5.1%포인트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에서 공격적으로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도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 경쟁력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는 올 1분기 R&D에 총 7421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러한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술과 생산 역량, 가격 경쟁력 모두를 갖춘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지금이 정책적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유럽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기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배터리 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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