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사 3분의1 공모가 밑돌아… 증권사는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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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2025년 상반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양극화 흐름이 두드러졌다. 기업들은 앞다퉈 공모 시장에 나섰지만, 정작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코스피에 입성한 대형주들의 경우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고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상장한 34개 신규 상장 종목 중 10개 종목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이 중에는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았던 LG CNS도 포함된다. LG CNS는 공모가 6만1900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5만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은 상장 시점 대비 약 2조 원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 상장한 또 다른 기업인 CK솔루션 역시 상장 직후 반짝 상승을 보였지만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공모가 1만50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 1만3000원대까지 후퇴했다. 시장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공모가 자체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상장 당시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가격이 결정된 경우가 많았던 만큼, 상장 직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코스닥 중소형 종목 중에서는 상장 후에도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장품 ODM 전문기업 달바글로벌이다. 이 회사는 5월 상장 당시 공모가 6만6300원을 기록했지만, 상장 직후 주가는 두 배가 넘는 14만 원 선까지 급등하며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켰다. 또 다른 사례로는 3월 상장한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 한텍이 있다. 공모가 1만8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한때 3만9000원을 넘어서며 상장 직후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상반기 IPO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공모가 고평가’와 ‘주관사의 사후 방치’다. 증권사들은 수요예측 당시 기관 주문 물량을 과장해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대부분의 IPO가 수요예측 경쟁률 수백 대 1을 기록하고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흐름은, 그 과정의 정합성에 의문을 더한다.
 
주관사들은 IPO 과정에서 막대한 인수수수료를 취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IPO 수수료로 40억~80억원대 수익을 챙겼다. LG CNS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로 참여해 총 96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달바글로벌도 상장과 동시에 약 5억원 수준의 수수료가 증권사로 유입됐다.
 
이 같은 ‘수수료 편식’ 구조에 대해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공모가 산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발표하며 주관사의 책임 강화를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사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중장기 투자자 중심 배정 △상장 후 일정 기간 주가 하락 시 책임부담 강화 등이다.
 
특히 정부는 IPO 시장의 구조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환매청구권’ 제도 도입도 본격 검토 중이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다. 현재 일부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당국은 이를 법제화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순한 규제보다 IPO 과정의 근본적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주관사 중심의 비대칭 구조가 지속된다면 투자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성장성 검증, 정보공개 강화, 수수료 체계 조정 등 전반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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