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은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앙코르 콘서트 리허설에서 모자 하나를 착용했다. 문제는 그 모자에 적힌 문구였다. 모자 전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슬로건인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변형한 문구인 '메이크 도쿄 그레이트 어게인(MAKE TOKYO GREAT AGAIN. 도쿄를 다시 위대하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해당 문구는 일본 극우 인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제국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회귀를 상징한다는 지적이 많아 즉각 논란으로 번졌다.
논란이 급속히 확산하자 정국은 14일 새벽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부족했고 부주의했습니다. 앞으로 하나하나 더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국의 빠른 사과는 일부 팬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이미 글로벌 팬덤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진 상태였다.
한편 논란 이후 정국이 착용한 해당 모자는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부 팬들은 정국이 착용한 모자를 구입하려 몰렸고, 결국 공식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순식간에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모자를 제작한 브랜드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베이식스(Basicks)'로, 해당 제품은 공식 온라인몰에서 1만3200엔(약 12만5300원)에 판매됐다. 브랜드 측은 품절 이후 정국이 착용한 사진을 공식 SNS에 게재하며 품절 소식을 공지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베이식스 측 역시 14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문을 내놓았다.
브랜드 측은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며 "해당 디자인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패션을 통해 아이디어와 창의적 메시지를 표현할 자유를 존중한다"며 "이 문구는 도쿄 패션 산업의 발전과 번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브랜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구가 지닌 정치적 맥락 때문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국이 빠르게 사과하고 브랜드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지닌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만큼 아티스트 개인의 선택이 예상치 못한 정치적 의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신중한 태도와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팬덤과 소비자들이 아티스트의 행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보다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국은 물론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행동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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