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죽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상자 속의 양'으로 다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의 휴머노이드가 가족이 된다는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함께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상자 속의 양'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통산 10번째 칸 초청작이자 8번째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가족과 관계에 대한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죽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결국 본인 마음이 편하기 위해 죽은 사람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부활시키는 게 괜찮은가 하는 윤리적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저도 그 비즈니스를 보고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하지 못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기술로 죽은 이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기술에 끌려가게 되면 진정으로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멈춰버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죽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이 이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고 손에서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택배가 드론으로 날아오고, 냉장고가 식단을 관리해주는 등 기술이 발전한 세계 속 오토네와 켄스케 부부가 죽은 아들의 얼굴과 기억을 가진 휴머노이드를 집에 들이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휴머노이드라는 소재를 넘어 이들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마음과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정, 감각을 다루고자 한다.

"각본을 처음 썼을 때는 휴머노이드와 부부가 더 같이 사는 이야기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언젠가는 부모를 떠나가잖아요. 그래서 부모와 자식이 이별하고 자식이 떠나가는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휴머노이드를 단순한 대체물이 아니라 인격체처럼 보일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 부분도 있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NEW]

영화는 휴머노이드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불편함과 불쾌한 감각들을 일부러 상기시키기도 한다. 자신을 귀찮아하는 엄마에게 "내가 없는 편이 행복해?"라고 묻거나, 손에 잡힌 살아 있는 벌레를 죽이는 장면이 그렇다. 그것이 휴머노이드라서 보이는 반응인지, 어린아이에게서도 발견되는 잔혹함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 순간들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의 눈으로 그 존재를 바라볼 때 생기는 혼란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벌레를 죽이는 장면은 각본에는 없었고 현장에서 생각해낸 장면이에요. 쿠와키 리무가 계속 벌레를 찾아다녔거든요. 아이들은 실제로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잔혹한 행동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그 장면이 '내가 없는 편이 행복해?'라는 질문과도 연결되죠. 휴머노이드라서 그런 건지, 아이들만이 가진 잔혹함인 건지 인간의 입장에서 혼란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고레에다 감독은 휴머노이드 하나하나가 명확한 인격을 지녔다고 단정하기보다, 그들이 집단을 이뤘을 때 의지를 가진 존재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뒀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관계를 맺고 선택하는 듯한 순간들은 영화가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묻게 만든다.

"각 개체가 인격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휴머노이드가 집단으로 이뤄졌을 때 의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인간을 포함해서 인간 외의 기계나 숲 같은 것까지 다 포함한 공동체를 휴머노이드들이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영화 속에 들어오면서 그런 부분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의 개념을 넘어서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NEW]

그런 점에서 영화 말미 등장하는 숲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휴머노이드들만 모여 사는 장소였다면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다시 나누는 결말이 됐을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곳을 기계와 자연,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아이와 휴머노이드가 함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싶었다.

"숲에 휴머노이드만 모여 산다면 결국 휴머노이드와 인간을 분단시키는 결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숲에는 다양한 존재가 있다는 쪽으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기계도 있고 자연도 있고,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있는 여러 가지가 모여 있는 숲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본 어른들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또 하나의 기록이 됐다. 2001년 '디스턴스'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칸과 인연을 이어온 그는 이번 영화로 통산 10번째 초청이자 8번째 경쟁 부문 진출을 이뤘다. 그는 영화제가 지닌 진지한 자리와 축제의 시간을 함께 떠올렸다. 특히 올해 개막식에서는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과 얽힌 유쾌한 순간도 있었다.

"개막식에 갔는데 심사위원장이 박찬욱 감독이었어요. 초반에 심사위원장 경력이 소개되고 박수를 치기도 했죠. 마지막에 피터 잭슨이 상을 받고 무대에 모두가 올라갔는데, 저는 객석에 있었어요. 그때 박찬욱 감독과 눈이 딱 맞았고 미소를 지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3년 전 칸에서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고, 저는 '브로커'로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아서 같이 파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봉준호 감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미소가 저를 향한 건지 봉준호 감독을 향한 건지 알고 싶습니다. 하하."

칸은 경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영화인들이 다시 만나는 축제의 자리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여러 영화인들과 재회했고, 다음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고 했다.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진지한 순간도 있었지만, 영화제에는 축제적인 부분도 있잖아요. 알폰소 쿠아론, 봉준호 감독, 케이트 블란쳇 같은 분들과 만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영화제에서 진지하게 일할 때 말고도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프로모션에 힘쓰고 있지만 다음 작품을 잘 만들어서 이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진NEW
[사진=NEW]

'상자 속의 양'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고레에다 감독의 다음 행보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룩백' 실사화다. 그는 각본과 감독, 편집을 맡아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이다. 다만 아직 많은 것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룩백'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이고 존경심도 있습니다. 종이로 그려진 것과 인간이 나오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불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다음은 미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영어권 영화를 만들 것 같아요. 지금은 홍보 일정으로 바쁜데, 이 일정이 끝나면 제대로 준비해야죠."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