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집값'이라는 큰 산을 맞닥뜨리게 됐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 당시의 고점을 넘어서는 지역이 속출하고, 서울을 넘어 경기 일부 지역까지 상승세가 번지면서다. 공급 부족, 금리 인하, 대출 막차 수요와 함께 '진보 정부=집값 상승'이라는 학습 효과까지 겹치며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앞선 정부들에서 실패한 '수요억제' 대책만으로는 주택가격 급등세를 막기 어렵다며 꾸준한 공급 확대 시그널을 통한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36% 올라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가 0.76% 상승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고, 강남구(0.75%), 송파구(0.70%), 강동구(0.69%), 마포구(0.66%)의 순이었다.
서울 집값이 문재인 정부 당시 급등세를 나타낸 데는 다음 달 대출 규제를 앞두고 서둘러 집을 사려는 막차 수요와 함께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 금리 인하 전망, 공급 부족 우려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과거 진보 정부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던 학습 효과로 수요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은 큰 사이클 안에서 움직이는데 7~10년 주기로 돌아오는 대세 상승기에 집권한 정부가 진보 성향이어서 ‘진보 정부=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경제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역대 정부별 누적 아파트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노무현 정부 당시 서울 집값은 72.58% 상승했다. 지방은 26.55% 올랐고, 전국 기준으로도 63.89%의 상승률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엔 서울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이 103.8%에 달했다.
반면 보수 정권에선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서울 집값이 -8.61%를 기록해 하락세를 보였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나서면서 서울 집값이 30.5% 올랐다. 윤석열 정부도 전국, 수도권, 지방은 집값 하락했고 서울에서는 3.8% 올랐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별 집값 흐름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우연’이 만든 공식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 구매)이 재현되며 집값을 밀어올릴 수 있어 이제 막 출범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부동산 시장 점검 TF를 열고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망라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대책과 함께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지역 확대 카드를 써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을 일컫는다.
규제지역이 추가 지정된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준강남급 인기를 누리는 과천시, 1기 신도시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성남 분당신도시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금의 집값 상승세가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경향도 있는 만큼 규제지역 확대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정부가 규제 강화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다주택자 및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등과 같은 강도 높은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인위적으로 집값을 잡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규제가 당장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규제가 집값을 잡는 데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정부도 알 것”이라며 “규제 완화와 공급 로드맵 마련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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