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SK온]
SK온이 전사적 역량을 R&D 핵심 과제에 집중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에 본격 나섰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업황이 위축된 가운데, 기술력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격·성능·안전성 모두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대전 SK온 배터리연구원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셀투팩(CTP) △건식전극 공정 △반고체 배터리 △열폭주 솔루션 등 'R&D 4대 핵심 과제'를 직접 제시했다. SK온 기술의 핵심 거점에서 타운홀 미팅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사장을 비롯해 박기수 R&D본부장, 김도균 경영전략본부장 등 주요 임원과 연구 인력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사장은 "시장 환경과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명한 전략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전사적 R&D 역량을 결집해 4대 핵심 과제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셀투팩은 배터리 구성 단계에서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직접 팩에 연결해 부품 수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확보된 공간에 더 많은 셀을 채울 수 있어 에너지 밀도도 향상된다. 건식 전극 공정은 기존 습식 대비 공정 단계를 줄여 제조 비용을 최대 30% 줄이는 기술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SK온은 하반기 셀투팩과 건식 공정의 상용화를 위한 속도전에 나선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셀투팩 기반 배터리팩 '에스팩 플러스(S-Pack+)'를 공개한 데 이어 현재 일부 고객사와 공급을 협의 중이다. 건식 공정은 올해 말까지 연구원에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하고 상품성 검증에 나설 계획이며, 이르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고체 배터리와 열폭주 솔루션은 안전성 향상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SK온은 액체 전해질 대신 겔(gel) 형태의 전해질을 적용한 반고체 배터리(고분자-산화물 복합계 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화재나 열폭주 등의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고체 배터리는 2028년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온은 이를 위한 파일럿 라인을 배터리연구원 내에 구축하고 있다. 고객사 인증 절차 등을 거쳐 2029년 상용화가 유력하다. 이와 함께 SK엔무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액침 냉각’ 기술도 핵심 안전 솔루션이다. 절연성 냉각 플루이드를 배터리팩 내부에 순환시켜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전기차용 고출력 배터리의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SK온 관계자는 "4대 과제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에 집중해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것"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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