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 객실 같은 프라이빗한 1인용 창문, 널찍한 좌석 간격, 열차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정숙함'
지난 24일 2세대 KTX-이음을 타고 서울역~광주송정역 구간을 약 2시간 가량 달려본 소감이다.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발주한 2세대 KTX-이음 초도 물량 조기 납품을 기념해 이날 열차 시승회를 개최했다. 당초 납기일은 10월 31일이었지만 현대로템 측은 수년간 쌓아온 고속차량 제작 실적과 생산 공정의 효율화로 납품 일정을 140일 단축해 이달 13일 조기 납품에 성공했다.
2세대 KTX-이음은 전체 길이 150.5m(6량 1편성), 최고 속도 260㎞/h 열차로, 2021년 1월 1세대 이후 4년만에 출시된 세대 개선 모델이다. 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실장은 조기 납품 성공 원인에 대해 "2021년 2세대 모델 수주 계약 후 코로나19, 러-우 전쟁 등 해외 지정학적 변수가 많았지만 300여개 부품업체와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한 결과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면서 "1세대 이음이라는 검증된 플랫폼으로 설계 시간을 줄였고, 프로젝트 매니징, 빠른 의사 결정, 긴밀한 소통 등으로 시험 검증에서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세대 KTX-이음의 가장 큰 특징은 좌석 편의성과 안전성이다. 열차의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주행과 제동 기능을 갖춘 대차 부분에 성능이 개선된 서스펜션(완충장치)을 설치하고, 차체 하부 강도를 높이기 위한 보강재를 추가해 노면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판토그래프(집전장치) 주변에 설치되는 스테인리스강 소재 차음재의 면적을 늘리고, 천장과 차량 측변에 차음 기능을 강화해 소음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때문에 시속 250㎞/h로 달리는 중간에도 마치 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처럼 흔들림 없이 고요한 승차감을 유지했다.
공 실장은 "1세대 이음과 비교해 소음과 승차감이 각각 20% 이상 개선됐다"면서 "객실 창문을 항공기처럼 1인용으로 설계해 고객 프라이버시를 강화했고, 앞좌석 간 거리를 늘려 편의성을 개선했으며, 객실 내 모니터도 6개로 확대해 시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전 사태를 대비한 무정전 비상방송 기능과 실외 방송 모드, 상태기반유지보수(CBM) 기능도 추가했다. CBM이란 기존 인력에 의한 열차 정기 점검이 아닌 AI(인공지능) 자동검측시스템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열차의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공 실장은 "열차에 13개 주요 센서가 부착돼 레일의 온도, 평균 속도, 부품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면서 "열차가 고장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비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처 능력을 높이고 시민들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세대 KTX-이음에는 국산화 된 열차자동방호장치(ATP)도 도입됐다. ATP는 철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하는 열차제어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다. 속도가 빠른 고속 차량일 수록 ATP의 성능이 중요한데, 국내 고속철도의 대부분은 해외 신호 시스템에 의존해 매년 막대한 유지비를 지출하는 것은 물론 열차·전력·신호 등 '턴키 입찰방식' 중심의 해외 수요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앞서 현대로템은 국토부 주관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해 신호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KTCS-2는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철도 신호 체계의 독립선언이자, 이번 열차 ATP 기술의 원천이다. 공 실장은 "철도는 한 번 도입되면 30년 이상 써야 하는데 국내 철도 신호의 대부분은 외국 신호를 쓰고 있어 유지 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2세대 KTX-이음은 KTCS-2를 염두하고 설계했기 때문에 호환성이 뛰어나고, 향후 해외 철도 턴키 입찰 수요에도 보다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KTX-이음은 지난해 국산 고속차량의 첫 해외 수출이 성사된 우주베기스탄 고속차량의 기반이 되는 모델이다. 글로벌 고속철 시장의 80% 이상이 동력분산식인 만큼 향후 해외 수출에도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운행을 시작한 KTX-청룡(시속 320km)도 KTX-이음을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회사 측은 KTX-이음과 KTX-청룡의 후속 모델로 시속 37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철도(EMU-370)도 연내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산 고속철을 애용해주는 시민 분들게 좀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능 개선에 몰두하겠다"면서 "K-철도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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