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초고강도 대출 규제로 수도권 집값 잡기에 나서면서 그간 과열 양상을 보였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유례없는 수요 억제책을 꺼내들며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 분위기로 전환시킨 만큼 후속 대책으로는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그간 집값 폭등세를 보인 성동구와 용산구 등 ‘한강벨트’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부동산 시장은 ‘개점 휴업’에 가까울 정도로 매수세가 멈춰섰다.
송파구 신천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 이후 계약 취소 물건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고, 매수 문의도 반 이상 줄었다”면서 “매수 수요가 끊기고 거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 불장을 이끈 마용성 일대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아현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규제 발표 이후 매수 수요는 물론 매도하려는 물건이 모두 없다 보니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서울 25개 자치구에 대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아파트는 총 577건 거래돼 직전 일주일(6월 20일∼26일) 1629건보다 1052건(64.6%) 줄었다.
이 기간 강남 3구 거래량은 송파구가 24건에서 1건으로 95.8% 줄었고, 서초구는 93.3%(15건→1건), 강남구는 68.4%(76건→24건) 감소했다. 마포구는 66.3%(86건→29건), 용산구는 21.4%(14건→11건), 성동구는 53.8%(93건→43건) 줄었다.
극약처방 수준인 대출 규제로 단기적인 수요를 억누른 만큼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나 대출 규제, 세제 개편 등 당장 추가 규제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경과를 지켜본 뒤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공급 정책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공급 확대 유도와 함께 공공 유휴부지, 업무·상가 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 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현재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 주택 공급을 보다 신속히 하겠다는 구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는 추가 규제보다는 대출 규제 이후 시장을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더 높다”면서 “공급 확대 등 추가 대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 등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향후 집값 추이에 따라 추가 규제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책은 아직 엄청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공급 확대와 관련해서는 "신도시 신규 택지뿐만 아니고 기존 택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으며, 고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도 필요시 국토부 등과 협의해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이어갈 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및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추가 규제안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다만 토허구역 지정·해제 권한을 지닌 서울시는 대출 규제 후 시장 상황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융당국 등과 별도 협의 등은 아직 없는 상황이고, 확대 지정 계획도 당장은 없다”며 “당장 이번에 나온 대출 규제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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