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룸] 일본을 공포에 몰아넣은 '도카라 법칙'이란?

2일 오후 2시 51분께 도카라 열도에서 발생한 규모 51 지진 사진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2일 오후 2시 51분께 도카라 열도에서 발생한 규모 5.1 지진 [사진=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최근 일본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吐噶喇列島)에서 군발지진이 잇따르면서, 일명 ‘도카라의 법칙’이 온라인과 언론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카라 열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 위치한 도서 지역으로, 지질학적으로 환태평양 조산대에 포함돼 있어 평소에도 지진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달 21일부터 이번 달 2일 오전 10시까지 진도 1 이상 지진이 무려 877회나 관측되면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지진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는 ‘도카라의 법칙’이라는 속설이 있다. 이는 도카라 열도에서 군발지진이 발생하면 일정 시일 내 일본 본토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한다는 속설이다. 해당 이론은 공식 학술 용어나 기상청 경보 체계에 포함된 개념은 아니며,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일부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공식적으로 언급돼 왔다.

지난 1993년 홋카이도 남서 해역 지진(M7.8), 1995년 효고현 남부 한신·아와지 대지진(M7.3), 2011년 동일본 대지진(M9.0) 등의 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전, 도카라 지역에서 비교적 이례적인 군발지진이 감지됐다는 사례가 회자되며 이 속설에 ‘신빙성’을 부여해왔다. 이로 인해 도카라 지역에서 지진이 빈발하면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과 공포가 함께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
 
2024년 1월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완전히 붕괴한 시카마치 주택 사진연합뉴스
2024년 1월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완전히 붕괴한 시카마치 주택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속설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군발지진 발생과 관련해 “도카라 열도는 평소에도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현재 관측되는 지진 활동은 과거와 비교해 특별히 이상 징후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규모 지진 발생과의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도카라의 법칙'은 사실상 미신에 가깝다”고 밝혔다.

도쿄대학교 지구물리학과 스기야마 나오키 교수 역시 NHK와의 인터뷰에서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일본 전역에서 연간 수천 건의 지진이 발생하며, 그중 일부가 도카라 지역과 시간적으로 겹치는 것뿐”이라며 “확률적으로 가능한 우연을 인과관계로 오해하는 것은 과학적 사고방식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 일부 언론이 해당 속설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불안이 증폭되는 경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도가 오히려 허위 정보의 유포를 조장하고, 시민의 재난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초대형 자연재해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일본 사회에서는, 이른바 '징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도카라 일대의 지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유사시를 대비한 지역 주민 대상 대피 매뉴얼과 방재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고 있다.

‘도카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속설이라는 점은 명확하지만, 이를 계기로 지진 대비 의식을 환기하고, 방재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 이러한 경각심이 과도한 공포나 비합리적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언론과 공공기관의 신중한 정보 제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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