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지연엔 지수형 보험 '속속'…기후보험은 '글쎄'

  • 삼성화재·캐롯손보·KB손보, 잇단 지수형 보험 상품 출시

  • 지속되는 폭염에도 천차만별 수치에 신중한 태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한 시민이 겉옷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한 시민이 겉옷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기 지연 시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지수형 보험'이 보험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마른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기후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는 관련 상품의 적용 범위를 기후와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지표 설정의 객관성 부족과 보장 기준의 모호성 등 실무적 과제가 여전해, 본격 확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캐롯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이 올해 들어 잇달아 지수형 보험 구조를 적용한 항공기 지연 보상 특약을 출시했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설정된 특정 지표(지수)가 충족되면 손해사정이나 심사 절차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3개 손보사의 항공기 지연 특약 상품은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통해 지연 여부가 자동으로 확인돼, 고객이 별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최대 1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보험업계가 지수형 보험의 첫 적용 대상으로 항공기 지연을 선택한 이유는 지표 기준이 명확하고, 공공 데이터 기반의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7월 항공기 지연 지수형 보험에 대한 참조요율을 산출하면서, 상품 설계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해 입증이 필요 없는 간단한 구조 덕분에 상품화가 용이했다.

반면 기후·재난 등 실생활 영역에서는 지수형 보험 도입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표 기준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폭우, 폭염, 가뭄 등은 지역별 편차가 크고, 동일한 수치라 하더라도 지형이나 인프라 조건에 따라 피해 양상이 달라진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근 환경부는 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한국환경연구원과 '기후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관계기관들은 지수형 기후보험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표 기준에 미달하면 보험금 지급이 어려운 구조인 만큼, 실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설계 과정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 질환 보장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이를 지수형 보험으로 만들기엔 기준과 실제 보상 간 간극이 커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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