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을 시행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대책이 처음 발표됐을 당시부터 기존과는 다른 '초고강도 수요억제책'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처럼 당장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위축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외곽까지 옮겨 붙으려던 집값 상승세도 둔화 양상이 뚜렷하다.
이번 대출 규제는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 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고,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의 발을 묶었다.
고강도 수요 억제책이 주택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집값 과열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두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책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기대 심리로 다시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시간을 벌긴 했지만 근본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주택 가격을 좌우하는 최대 요인인 '공급'이라는 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공급 부족 상태에서 수요 억제책만 가동하다 보면 풍선효과나 전셋값 급등 등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 입지에는 실수요가 존재하고, 내집 마련 수요는 공급 부족 속에서 대기 수요로 쌓이면서 불안정한 시장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공급에 대한 청사진이 제때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잠재 수요가 쌓이고 수요 억제 정책 효과가 수그러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언제든 관망세에서 매수세로 전환될 수 있다.
새 정부는 기존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공공성 강화 원칙 아래 도심 내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공공재개발과 재건축 등을 활성화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왔다.
김윤덕 국토부장관 후보자도 2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고려하면서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규제 완화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단기적인 수요 억제가 아닌 중장기적 공급 신호의 신뢰 회복에서 비롯된다. 시장에 뚜렷하고 명확한 공급 로드맵과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김윤덕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말했듯 6·27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강남 3구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신고가가 여전히 나오고 있고, 송파구는 규제 이후 낮아지던 집값 상승률이 지난 21일 기준으로 0.43%를 기록하며 전주(0.36%) 대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규제 효과가 길어야 6개월이면 끝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출 규제가 '맛보기'라고는 하지만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수요 억제책만 꺼낼 수는 없다. 이전 정부에서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했을 당시의 집값 흐름에 대해 시장 참여자의 학습효과가 이미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수요 억제 카드로 시간을 벌긴 했지만, 공급을 실행력 있게 추진한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집값은 언제든 불안정한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다. 기대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를 잠재웠을 때가 공급을 설계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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