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다. 5년 임기 중에서 한 달이란 매우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그 한 달이 중요한 것은 5년 임기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처음 한 달을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경우에는 훗날 이를 바른길로 바꾸기 쉽지 않으며, 힘들게 바른길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임기 초의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
민주화 이후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집권 직후의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서 이후의 성과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크 호스로 등장해서 당선되었던 대통령들은 초기에 많이 고전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과거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음과 동시에 가장 거부감도 컸음을 생각할 때, 지금까지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로 볼 수 있다. 다만, 초기의 국정 지지율이 훨씬 높았던 대통령도 있었고, 향후 국정 운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국정 지지율보다 위험요소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특히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매우 논란이 날카롭다. 대표적인 예로, 이재명 정부의 총리 및 장관 등의 인선, 검찰청 폐지 문제, 그리고 정치보복에 대한 우려와 포퓰리즘 문제를 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내각 구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것은 김민석 총리 후보자 문제이지만, 그 밖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은 것은 아니다. 물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에 인사청문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날 경우에는 이재명 정부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재명 정부의 내각 인선에 대한 평가는 양 갈래로 나뉜다. 한편으로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반영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탕평 인사가 아닌, 친명 중심의 인사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평가인지는 향후 국정 운영을 통해 나타나겠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성공하기 위해 초기 인사가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초기 정책 중에서 가장 큰 논란되는 것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치, 그리고 이와 연게된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위원회 신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찬반은 매우 이념적이거나 감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이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검찰청 폐지 등의 문제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수사와 기소의 완벽한 분리 주장도 공수처의 존래를 고려할 때 일관성이 없으며, 그동안 검수완박을 주장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6대 범죄로, 다시 2대 범죄로 축소하였을 때 어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있었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또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검찰청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매우 날카롭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의 축소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 수사 공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절도, 강도 등의 사건보다는 검찰의 법률적 지원을 받던 사기 및 경제범죄 등에서 그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 없이 검찰청 폐지를 서두르는 것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약화하고, 국민의 인권에 대한 피해를 방치하는 것이 될 우려가 적지 않다.
중대범죄수사청은 사실상 그 뿌리가 공수처와 같으며,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국가수사위원회는 관리⋅감독권, 징계권 등을 통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한 이 대통령이 정치보복은 없다고 말했지만, 각종 특검법 등과 관련하여 이미 정치보복이 시작되었다는 비판도 있으며, 과거 정치적 논란 끝에 관철되지 못했던 민생지원금을 지금하는 것에 대해서도 포퓰리즘 논란이 만만치 않다.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계속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민생지원금이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비판도 상당히 날카롭다. 민생지원금이 집권 초기의 국정 지지율을 높알 수는 있지만, 김영삼 정부 말기의 IMF 외환위기와 유사한 경제적 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한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가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가진 정치적 힘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권력과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의 힘이 하나로 결합된 상태에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자만에 빠져서 야당의 주장이 합리적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독선과 독주를 벌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가 정책이 실패하고 국민들이 힘들어지면 이재명 정부는 그 막강한 정치권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에 지친 국민들은 여야의 극단적 대립을 원치 않는다. 통합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거대 권력을 앞세워 소수 야당을 핍박한다면 그것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이재명 정부가 앞장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에, 민주정치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며, 이를 고려하여 지난 한 달의 시행착오를 신중하게 평가하고 향후의 국정 운영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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