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보영 "'미지의 서울', 욕심 났던 작품…내 것 되길 바랐다"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저는 (작품이) 각자의 것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요. '미지의 서울'은 달랐어요. 처음으로 '남의 것이어도, 내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고,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연출 박신우)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의 인생을 바꿔 살아보며 내 자리에서 보이던 것만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탄탄한 극본,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일체되어 시청자들에게 '인생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고, 전국 가구 평균 8.4%, 최고 9.4%(닐슨코리아 기준)로 성공리에 마무리 지었다. 

드라마 성공의 중심에는 배우 박보영이 있었다. 쌍둥이 자매 '미래'와 '미지'를 연기한 그는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드라마의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인연이 안 되면 '(작품이) 내 거는 내 거, 남 거는 남 거'라고 생각해왔거든요. 유일했어요.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요. 내가 또 이런 1인 2역을 할 수 있을까? 그때만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잖아요. 나이대라거나. (미지의 서울은) 딱 이 나이대에 최대한 해 볼 수 있는 걸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이 드는 작품이었죠. 드라마의 인물들이 핸디캡이 있거나 뭔가 결핍이 있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겉으로만 위로하는 게 아니어서 참 귀한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은 극 중 쌍둥이 자매 '미래'와 '미지'를 연기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절벽 끝까지 내몰린 언니 '미래'를 위해, 동생 '미지'가 언니인 척 그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겉보기엔 1인 2역이었지만, 실상은 1인 4역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드라마 팬들이 "박보영은 출연료를 두 배 받아야 한다"고 농담처럼 내뱉는 이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을 만큼,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1인 2역을 연기하기 전에 '박보영 1' '박보영 2'로 보이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었거든요.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미래'와 '미지'를 구분하고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가장 큰 고민은 '미래'와 '미지'가 같은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제가 나름 '오 나의 귀신님'으로 1인 2역을 연기해봤는데요. 그때는 제가 빙의가 된 거라 캐릭터를 분리하면 됐거든요. (김)슬기의 말투를 따라하면 되는 거여서 수월한 면도 있었어요. 지금은 제가 혼자 미래와 미지를 디자인하고 연기해야 하니. 평소 저의 면면들까지 담아보려고 한 거죠."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은 감독과 대화를 통해 '미지'와 '미래'의 톤을 만들며 촘촘히 인물을 빌드업했다.

"처음에는 미래와 미지를 두고 (톤) 차이를 크게 두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무 차이를 두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조금의 디테일 정도만 잡으면 좋겠다고요. 거기에서 출발해서 디테일을 조금씩 주면서 캐릭터를 나누려고 했어요."

흥미로운 건 주변의 반응이었다. 가족들은 '미래'를 보며 평소 박보영 같다고 했고, 일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미지'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가족들은 미래에게서 제 모습을 보더라고요. 가라앉아 있는 톤이 닮았대요. 반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미지와 저를 겹쳐서 보시고요. 저 스스로는 그런 모습들을 보기 어렵잖아요. 주변 반응을 보고 미래, 미지를 나누면서 엄마와 대화할 때의 나, 일할 때의 나 정도로 구분하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하하."

작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의 차이도 놓치지 않았다. 박보영과 스태프들만 아는 그런 소소한 디테일들이 결국 화면 속 두 사람을 다른 결로 살아 숨 쉬게 했다.

"외적으로도 작은 차이가 있어요! 미래일 때는 아이 메이크업을 할 때 점막을 다 채우고 꼬리를 빼서 눈을 또렷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미지는 메이크업이 서툰 친구일 테니 꼬리 정도만 빼도록 설정했죠. 머리를 묶을 때도 약간의 차이를 둬서 외모적으로 구분되도록 만들었어요. 우리끼리의 작은 디테일이 있죠."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두 명의 남자 배우와 만드는 로맨스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메인'과 '서브' 남자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양쪽에 모두 마음을 줘도 되었다"며 웃었다.

"보통 드라마를 할 때 멜로 라인은 메인과 서브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어느 한쪽에 마음을 주면 한쪽이 서운하기 마련인데요. 이번 작품은 양쪽에 전부 마음을 줘도 저도, 시청자도 행복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하. (박)진영, (류)경수와도 다른 느낌의 연애를 해서 두 배의 감정을 느꼈어요."

한 작품에서 두 명의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그래도 더욱 마음 쓰이는 캐릭터가 있지 않았을까? 박보영은 "저와 닮은 미지에게 마음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미지는 아픔을 겪은 시기가 있고 완전히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괜찮은 척 지내요. 남들은 '유캔디'라고 부를 정도로 밝고 긍정적이죠. 결국 스스로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잖아요. 그런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미래는 표현을 절제하는 편이고요." 

박보영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욕심이 났던 장면을 언급,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미지의 서울' 4화 말미 등장하는 할머니와의 대화 장면이다.

"그 신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잘하고 싶은 장면이었어요. 욕심을 부리다 보니 오히려 첫 촬영에서는 실패를 했어요. 대본에는 미지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대사를 해야 했는데, 누워있다 보니까 눈물이 안으로 먹히는 거예요. 사실 눈물이 꼭 필요한 신이 있고 굳이 안 나와도 되는 신이 있는데, 이 장면은 감정이 꼭 보여야 하는 신이었거든요. 억지로 더 올리려고 하다가 숨도 못 쉴 정도가 됐는데, 결국 화면에선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감독님이 편집본을 보고 저도 보고 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재촬영을 하게 됐어요. 이번에는 죄송하지만 누운 게 아니라 구석에 앉아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구석에 앉아 있으니까 방어적인 느낌도 들고, 뭔가 더 편안했거든요. 세팅하는 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지난번보다 훨씬 괜찮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집중해서 다시 찍었는데 끝나고 감독님이 '이걸 다시 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이렇게 욕심이 나는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 대본도, 대사도 너무 좋아서 '이걸 잘 살려서 꼭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어요."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에게 '미지의 서울'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꼭 이름을 남겼으면 하는 작품이라며 애정 가득한 말을 남겼다.

"사실 이 작품은 제 필모그래피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1인 2역이라는 도전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가진 기획 의도나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거든요. 이걸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이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한테는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도 그렇지만, 작가님이 주고 싶었던 마음을 제가 잘 받아서 시청자분들께 드린 것 같거든요. 그 부분에서만큼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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