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장' 소지섭 "데뷔 30년? 계속 '배우는 배우' 되었으면"

넷플릭스 광장 배우 소지섭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광장' 배우 소지섭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이 공개 2주차 만에 76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75개국에서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9개국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한국형 누아르 액션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 작품은 '역대 가장 완성도 높은 누아르 웹툰'이라는 찬사를 받은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 팬들에게 실사화에 가장 적합한 배우로 손꼽혀온 인물이 바로 배우 소지섭이었다.

극 중 소지섭은 스스로 광장 세계를 떠났다가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11년 만에 복수를 위해 돌아온 '남기준' 역을 맡았다. 분노와 고독, 냉정과 복수심이 교차하는 캐릭터의 내면을 소지섭 특유의 절제된 연기와 무게감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원작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완성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서사를 증명하는 남자'라는 평가처럼,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영화화 되기 전부터 팬들이 꼽은 캐스팅 1순위였다는 건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좋죠. 이 시나리오가 제게 가장 먼저 왔다는 사실이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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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장' 배우 소지섭 [사진=넷플릭스]

소지섭은 원작의 팬이라며, '남기준'을 영상화 하며 가져야할 부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원작은 봤어요. 재밌게 읽었고요.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달라진 부분도 있겠지만 큰 그림 자체는 비슷한 구조더라고요. 원작을 봤을 때 느껴졌던 그 감정, 그 친구(남기준)가 가지는 분위기를 생각하며 마음속에 간직하려 했어요. 눈빛 같은 것도 신경 썼고요."

웹툰 팬들이 입을 모아 언급한 '싱크로율 100% 캐스팅'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본인의 해석을 내놨다.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는 성향은 아니지만, 뭔가 하나를 결정했을 때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같은 건 저랑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가짐은 저도 기준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화된 '광장'의 대본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소지섭은 "원작보다 각색된 대본을 먼저 봤다"고 운을 뗐다.

"그 대본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고요. 이후에 원작을 봤는데, 기본적인 에센스는 잘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감정선이 좀 더 섬세하게 다듬어졌는데, 그런 부분이 기준이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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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장' 배우 소지섭 [사진=넷플릭스]

'남기준'을 표현하면서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캐릭터 내면의 고통과 처절함에 초점을 맞췄다.

"나중에는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면 그게 결국 자기 이익과도 연결되고, 동시에 불쌍하고 처절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면 갈수록 감정도 드러나고, 눈빛도 점점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액션 연기 복귀에 대한 소감도 남다르다. 영화 '회사원' 이후 오랜만에 본격적인 누아르 액션 장르를 선보였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그 이후로 액션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액션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하고 싶은 장르예요. 이 작품이 저에게 가장 먼저 들어왔다는 점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요. 몸으로 쓰거나,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액션의 결도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시리즈보다 액션이 많다 보니까, 기준이라는 인물이 달려가려면 정말 파워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원작과 좀 다른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야 시청자들도 납득할 수 있고, 그 에너지가 느껴져야 하니까요. '직진은 해도, 뒤로는 물러서지 말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일적으로도 밀려날 수는 있어도, 피하지는 않는 액션을 하고 싶었어요. 촬영할 때도 '많이 아파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맞고 쓰러질 수도 있지만, 처절하게 응징할 때는 상대가 정말 아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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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장' 배우 소지섭 [사진=넷플릭스]

'K존윅'이라는 별칭에 대해 소지섭은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존 윅' 시리즈를 저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서 정말 감사했어요. 한국 느와르 장르가 사실 그렇게 많지도 않고 귀한 장르잖아요. 그런데 이런 작품들이 조금 더 앞으로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총을 잘 안 쓰는 문화니까, 그만큼 타격감이나 액션의 탄력감이 다르죠. '광장'을 좋게 봐주신 것도 그런 지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직접적인 타격, 그리고 그로 인한 에너지가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를 소개해온 소지섭은 배우로서의 활동 외에도, 10년 넘게 해외 영화를 직접 수입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해왔다. ‘서브스턴스’라는 이름으로 '미드소마', '유전',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인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인 그에게 영화 수입은 어떤 의미일까.

"내년이면 제가 연기를 한 지 30년이 되더라고요. 영화 수입은 벌써 10년이 조금 넘었고요. 배우로서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극장에 가서 제 이름이 붙은 영화를 보면 너무 뿌듯해요. 제가 가진 능력이 된다면, 계속해서 그런 방식으로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직접 선보이는 영화들의 기준에 대해서는 "사실 찬란의 김형진 대표님이 거의 다 결정하세요. 초반에는 저도 '이런 게 있는데 어떤 게 좋을까요?' 같이 의견을 나눴는데, 요즘엔 다 믿고 맡겨요. 그분이 보는 눈이 좋고, 정말 잘하시니까요. 저는 그냥 힘만 보태는 정도예요"라고 설명했다.

흥행이나 수익에 대한 질문에는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솔직히 100원도 가져오는 게 없어요. 정말이에요. 거의 다 적자라고 보시면 돼요. 모든 영화가 다 적자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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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장' 배우 소지섭 [사진=넷플릭스]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소지섭이 좋은 영화 많이 가져오니까, 우리도 보답으로 음원 스트리밍 좀 돌려주자'는 농담이 돌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 소개된 수입 영화들에 대한 공감과 응원이 자연스럽게 '역보답 캠페인'처럼 번진 셈이다.

"정말 감사하죠. 그 말 저도 들었어요. 하하. 근데... 제 노래 들어주시는 것도 정말 좋지만, 그래도 극장에 한 번 더 가주시는 게 제일 좋아요. 그리고 그런 반응에 비해… 노래 수익은 별로 안 나요. 하하. 농담입니다.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로 데뷔 30주년. 숫자로만 봐도 꽤 긴 시간이다. 그러나 소지섭은 여전히 자신을 '배우로서 배워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벌써 그렇게 된 줄 저도 놀라고 있어요. 예전엔 10년쯤 하면 연기가 좀 쉬워질 줄 알았어요. 장인이 될 줄 알았죠. 그런데 30년을 해도… 쉽지 않더라고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 같아요. 그래서 계속 배우면서 해나가는 배우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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